미국·이란 살얼음판 휴전…대면 협상 앞두고 레바논, 호르무즈 등 샅바싸움

임성수 2026. 4. 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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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11일 파키스탄에서 종전 대면 협상
이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두고 ‘휴전 위반’ 반발
미국 “레바논은 휴전 협정 일부 아냐”
이란 호르무즈 통제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을 전격 합의한 이튿날인 8일(현지시간) 종전 협상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양측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두고 충돌했다. 다만 휴전 합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해 판을 깨는 대신 상대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이었다.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바마드에서 예정된 대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샅바 싸움에 나선 모양새다.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을 공습한 것을 두고 ‘휴전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에 “미국은 휴전 아니면 이스라엘을 통한 지속적인 전쟁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며 “세계는 레바논에서 대량 학살을 보고 있다. 공은 미국 손에 있고 세계는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휴전을 중재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이번 휴전에는 “레바논도 포함된다”고 쓴 글을 공유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내고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본성으로 하는 시온주의자 늑대 정권이 베이루트에서 다시 잔혹한 학살을 시작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레바논 공격은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란과의 협상을 이끌게 될 J D 밴스 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귀국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도 이스라엘도 그것(레바논)이 휴전 협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휴전 합의 조건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 상황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린다.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휴전 발효 후 일시적으로 열렸던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량 증가가 확인됐다며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이란이 미국과의 휴전 협정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를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약 12척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중재국에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이날 선박 4척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허용됐다고 전하며 “전쟁 전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것에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통행료를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지불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협상 틀’로 발표한 10개 항목의 제안과 앞서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 제안이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된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란 IRNA 통신이 이날 공개한 항목에는 이란의 핵농축 권리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 권한, 미군의 중동 지역 내에서 철수 등이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협상안에 대해 “상당 부분은 미국의 목표와 조율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해 보이는 극단적인 요구 사항들로 구성돼 있다”며 “상당수는 지난달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제안과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전날 휴전을 발표한 뒤 별도 게시물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미국 측의 “15개 항목”을 거론하며 “상당수는 이미 합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 측이 요구한 10개항 제안에 대해 “이란은 애초 진지하지도 않고 수용할 수도 없는 10개항의 계획을 제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팀은 말 그대로 그 계획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정한 (공격 유예) 시한이 빠르게 다가오고, 미군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보다 합리적이며 간결한 완전히 다른 계획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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