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목표 초과 달성했다"는 트럼프... 미국 내 평가는 '냉담'

윤현 2026. 4. 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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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그 어떤 목표도 명확하게 달성 못 해"... 미-이란, 11일 파키스탄서 첫 종전 협상

[윤현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 작전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면서 승리를 선언했으나,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고 종전으로 나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미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고, 그 이상을 넘어섰다"라며 "이란군이 향후 수년간 전투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미국이 역사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절대 없을 것이며, 미국은 이란과 협력해 땅속 깊이 매몰된 모든 핵 잔해를 파헤쳐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국과 이란의 첫 번째 종전 협상이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협상단을 파키스탄에 파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트럼프' 보수 인사도 비판... "미국이 얻은 것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고, 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하겠다며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란은 함선, 드론, 미사일 등을 내세워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 평가는 냉담하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 마크 레빈은 "이란 정권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라고 2주간의 휴전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유명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도 "미국이 휴전 협상에서 얻은 것은 거의 없다"라며 "이란의 테러리스트들은 이를 축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을 때 제시했던 야망과는 확연히 다른 전쟁의 결과에 불편함을 드러냈다"라며 "5주 간의 폭격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했으나, 그 어떤 목표도 명확하게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많은 목표들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농축 우라늄의 처리 상황은 구체적이지 않고, 역내 대리 세력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동연구소 선임 연구원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이번 전쟁이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되었고, 이란의 미사일과 해군력을 괴멸시켰다는 점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서도 "이란의 군사력은 전쟁 이전에도 이미 약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은 무하마드 알리가 10대 복서를 이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또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정당화한 핵심 명분 중 하나인 헤즈볼라, 후티 같은 이란의 대리 세력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면까지 구겼다. 그는 전쟁 내내 거친 표현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소셜미디어와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막말과 비속어를 퍼부으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CNN방송은 "만약 2주간의 휴전이 영구적인 평화로 이어지더라도, 이란 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전 세계가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을 것"이라며 "국내 정치에서 규범과 전통을 깨뜨리는 것을 즐기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더 과감해질 이란... 불안에 떠는 걸프 국가들

이란의 군사력은 상당이 훼손됐고, 여전히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집권하고 있지만 여러 지도부 인사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승리는커녕 이번 전쟁으로 이란의 위상이 더 올라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끈질기게 버텨낸 이란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란과 인접한 걸프 국가들의 걱정은 더 깊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 발발 이후 수천 개의 이란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아온 걸프 국가들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며 지역 패권을 꾀하는, 더욱 대담해진 이란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마드 알투나얀 쿠웨이트대학 교수는 "2주간의 임시 휴전일 뿐, 최종 합의가 아니다"라며 "휴전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1차 협상이 성공적이지 못하면 다시 적대 행위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걸프 국가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우리가 부수적인 피해자가 되었다"라며 "이란으로부터의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란 정권은 피를 흘리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상태로 파키스탄에서 예정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최고 지도자의 사망을 포함한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적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전 세계와 이란 국민에게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휴전 협상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자이자 수혜국으로 남게 되는 새로운 현상 유지의 그림자 아래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조건에 반발하며 협상 결렬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란이 석유 시장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극심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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