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0 쇼크] 대중교통 권하는 정부 막아서는 전장연…'탑승 시위' 위법성 없나?
범정부 TF 발족…대중교통 활성화·혼잡 완화 모색
전장연 잇단 '탑승 시위'…서울버스 연일 멈춰 세워
法, 활동가 2명 유죄…법조계 "전차교통방해죄 해당"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고유가로 인한 고통이 일상 생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2000 시대 도래로 앞으로의 삶에 미칠 영향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 부제 운행 등 자가용 이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나서 대중교통을 통한 출퇴근자 수는 늘 전망이다.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에 따라 출퇴근길 혼잡 문제는 과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탑승 시위' 등 운행 방해 행위가 겹칠 경우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우려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대중교통 활성화와 출퇴근 혼잡 완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7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현재 TF는 공공부문 출퇴근 유연화와 출퇴근 시간 이외 시간대 대중교통 인센티브 부여 등의 실행방안을 모색 중이다. TF는 당장 실행 가능한 사항은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추가로 대책을 마련해 이달 말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전날엔 전국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가 함께 시행됐다. 8일 0시를 기해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주위(2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격상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 차량은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홀수일에는 홀수 차량만, 짝수일에는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공영주차장은 차량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 출입이 제한된다. 적용 대상은 개인 차량뿐 아니라 법인 차량, 렌터카, 경차,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포함된다.
이 외에도 정부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출퇴근 혼잡 완화를 위한 가용 수단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유연화 제도를 공공부문에서 선제적으로 시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시민들의 발길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대중교통을 막아 세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일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달 30일 오전 9시께 5호선 서대문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위에 나서, 일대 출근길 교통이 한 때 지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장연은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며 버스 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서대문역에서 광화문역 방향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가로막으며 이곳 버스 운행이 약 5분간 지연됐고 일부 버스는 노선을 우회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달 27일에도 전장연 활동가 20여명이 오전 8시10분께부터 광화문역 사거리 세종대로 서대문 방향 버스정류장에서 휠체어를 탄 채 시내버스 탑승을 시도해 출근길 교통이 한 때 마비되기도 했다.
향후 '탑승 시위'는 빈번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장연은 내달 1일 노동절까지 장애인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 규모의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곤 하나 대중교통의 운행을 고의로 지연 시키는 행위에 대해 형법상 위법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올해 초 전차교통방해 혐의로 전장연 활동가 2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지난 1월29일 전차교통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장연 활동가 문모씨에게 징역 2년, 벌금 20만원에 집행유예 4년을, 한모씨에게 징역 1년, 벌금 2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전장연 활동가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 전차교통방해 혐의로 유죄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법리해석상 무리가 없다고 보고 '탑승 시위'의 위법성이 공고해지는 판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186조의 전차교통방해죄는 현대 사회에 있어 중요한 교통수단인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또는 항공기의 교통안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추상적 위험범"이라며 "기차의 교통을 방해한다는 것은 기차의 교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교통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차교통방해죄는 현실적으로 교통이 방해된 일이 있거나 공공의 위험이 발생하는 등 구체적으로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전장연 활동가가 지하철 선전전을 하며 전동휠체어를 열차에 끼어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해 열차의 원활한 운행을 방해한 부분에 대한 법원 판단은 법리해석상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한 출입문 개폐 방해 행위는 물리적 훼손이 없더라도 전차교통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법 제186조는 '기타 방법으로 전차 등의 교통을 방해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법원은 '기타 방법'의 해석과 관련해 방법을 궤도, 등대 또는 표지를 손괴하는 정도에 준하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다수 시민의 이동권과 공공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방식까지 법적으로 정당화 되기는 어렵다"며 "장애인들의 인권 보장이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수단이 사회 상규를 일탈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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