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월세 60만원 시대…월세 급등에 학생들 ‘한숨’

“처음 입학해 방을 구했을 때와 비교하면, 3년 사이 월세가 10만원 넘게 올랐어요. 관리비까지 오르니 학생 입장에선 부담이 큽니다.” (성균관대 재학생 A씨)
최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원룸 월세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60만9000원) 대비 2.0% 상승했다. 이는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별로 보면 상승폭은 더 두드러진다. 성균관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1년 새 62만5000원에서 73만8000원으로 18.1%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한양대(64만2000원, 11.3%↑) △고려대(66만3000원, 9.8%↑) △연세대(68만3000원, 6.2%↑) △서울대(48만9000원, 1.9%↑)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월세뿐 아니라 관리비까지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평균 관리비는 8만2000원으로 지난해(7만8000원)보다 5.1% 상승했다. 특히 중앙대 인근 지역은 8만4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21.4% 급등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성균관대(6만7000원, 13.6%↑) △한국외국어대(8만5000원, 9.0%↑) △경희대(8만3000원, 6.4%↑) 순이었다.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기숙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균관대 인근 공인중개업자 B씨는 “인근 원룸 월세는 70만~80만원 수준”이라며 “월세가 지난해 대비 1~2만원 오른 게 아니라 10만원이 올랐다. 한 번에 크게 오르다 보니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기숙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 여건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정보공시 분석에 따르면, 전체 기숙사 수용률은 22.2%로 전년(22.8%)보다 0.6%p(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일반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7.8%에 그쳐, 학생 10명 중 약 2명만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가격 상승 여파
대학가 원룸 월세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반적인 전·월세 가격 상승이 꼽힌다. 서울 지역 빌라와 다세대 주택 등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가 원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전·월세 가격이 오르자 임차인들이 더 저렴한 지역을 찾게 됐고 그 과정에서 대학가로 수요가 유입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신촌의 경우, 과거 마포 외곽에 거주하던 수요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102.45에서 시작해 6월 102.53, 7월 102.68, 8월 102.85, 9월 103.07, 10월 103.35, 11월 103.64, 12월 103.89를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1월에는 104.21까지 오르며 매달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도 대학가 원룸 월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1년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이로 인해 임차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결과적으로 월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사기 영향으로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IMF 외환위기 이후 임대사업자들이 줄어들면서 소형 원룸 공급 자체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나며 대학가 원룸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30만8838명으로, 전년 동월 26만3775명 대비 17.1% 증가했다.
정부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원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주민등록상 서울 거주 청년 1인 가구 중, 임차보증금 8000만원·월세 60만원 이하 원룸에 거주하는 청년에게 월 최대 20만원씩, 12개월간 총 2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지원책으로는 청년안심주택이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역세권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으로, 대학생들에게 월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월세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 달 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시행되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다주택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시장에 임대 물량을 공급할 공급자가 감소한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공급 부족은 대학생들의 원룸 월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숙사 확대 추진 필요
대학생들의 거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공공기숙사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공공기숙사는 대학생 주거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건설된 원룸형 기숙사나 매입한 다가구주택을 활용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임대기간은 기본 2년이며, 입주 요건이 유지될 경우 최대 2회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2인 1실 기준 월 임대료는 24만원 이하로 책정되며 운영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률도 평균 2% 이내로 제한된다.
그러나 공공기숙사 확대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서울 광진구 화양초 부지에 약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했지만, 인근 주민과 원룸 임대업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된 채 표류하고 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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