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대신 플랫폼 책임"…EU DSA가 제시한 韓 입법 해법은 [현장]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의 핵심은 국가가 개별 게시물을 직접 심의하는 데 있지 않고, 플랫폼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 한-EU 전문가 포럼에서 재차 강조됐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유럽 학계를 대표하는 암스테르담대학교 교수와 유럽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DSA를 '콘텐츠 직접 규제'가 아닌 '시스템 책임' 중심의 규율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날 해당 포럼에서 해외 연사들은 온라인으로 관련 포럼에 참여했다.
유럽 학계에서는 기존 전자상거래지침이 플랫폼 책임을 무한정 지우기보다 일정 범위에서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 체계였고 동시에 불법 콘텐츠 대응·혁신 촉진·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권리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 사이 균형을 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고 각국 입법이 늘면서 법적 파편화와 책임 공백 문제가 커졌고 DSA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밝혔다. DSA가 기존 면책 원칙과 일반적 감시 의무 금지는 유지하면서도 플랫폼에 구조·절차적 의무를 새로 부과한 점이 핵심이다.
유럽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DSA 시행 이후 비로소 플랫폼 운영의 실제 규모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럽 대형 플랫폼들은 33억건의 콘텐츠 조치 사유 통지를 제출했고 관련 조정의 99% 이상은 플랫폼 자체 약관에 따른 선제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용자 이의제기는 1억8600만건으로 이 가운데 28.5%는 플랫폼이 받아들였다.
해당 사례를 통해 DSA는 불법 콘텐츠를 새로 정의하거나 플랫폼 책임을 새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신고·조치 절차, 이용자 권리, 광고 투명성, 데이터 접근, 위험평가를 제도화한 법으로 작용한다고 유럽집행위원회 측은 설명했다.
또한 유럽집행위원회 측은 DSA 거버넌스가 유럽집행위와 회원국 디지털서비스조정관(DSC)이 함께 집행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초대형 플랫폼은 집행위가 직접 감독하고 시민사회와 연구자도 위험평가, 행동강령, 신뢰할 수 있는 신고자 제도 등을 통해 감시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EU 측 관계자들이 제시한 메시지는 분명했다"며 "한국형 DSA 논의 역시 개별 콘텐츠 심의 확대보다 플랫폼의 시스템 책임, 투명성, 이용자 권리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유럽 학계·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의 화상 발표에 이어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 등이 국내 인터넷 규제의 특수성과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 입법 과제 현황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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