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과반’ 뒤엔 결정적 이 장면…서울시장 후보도 김어준행

전날 당내 경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은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예비 경선 때보다 더 뜨겁게 권리당원이 뭉쳐 지지를 보내줬다”며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해 경기도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당 상징색인 파란색 대신 흰색 정장을 입고 후보 선출 소감을 밝힌 추 의원은 그간 성과로 내세워온 사법 개혁 대신 민생과 실용, 미래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권에선 추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경선을 끝낸 배경으로 강성 당원의 결집과 함께, ‘충정로 대통령’이라 불리는 김어준 씨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김 씨가 진행한 경기지사 후보 3인 인터뷰를 결정적 장면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김 씨는 지난 3월 19~20일 본 경선에 올랐던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은 일대일로, 추 의원은 그 다음날 패널 4명이 참여하는 대담 형식으로 자신의 방송에 초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친명계인 한 의원에게 “경기도를 맡을 커리어가 쌓였나, 너무 일찍 도전한 것 아닌가”라고 묻거나, 김 지사에게는 “이재명 측 인사들이 인사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며 같은 진영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의 공격적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김 씨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던 한 의원에게는 “방송은 보셨느냐”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반면 추 의원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위기에선 안 흔들리는 건 제가 잘 안다”“(법사위원장을 택한 건) 진짜 어려운 선택이었다”며 사실상의 지원 사격을 했다.
추 의원은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쟁점 법안을 추진할 때마다 김 씨 유튜브의 단골손님으로 출연해왔다. 지난달 추 의원과 김용민 의원 등 법사위 강경파가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보이콧할 때도 김 씨는 “이 대통령에겐 객관 강박이 좀 있다”며 이들 편에 섰다. 실제 지난 5~7일 경기지사 경선 기간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추 의원 투표 인증 글이 수십여 건 쏟아지기도 했다.
본 경선(7~9일)이 한창인 서울시장 후보들도 ‘어준행’을 택하고 있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8일 김 씨 방송에 출연해, 전날 인터뷰에서 박원순 전 시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김 씨가 “듣기 거부한 지지층도 있다”고 지적하자 “송구하다”며 몸을 낮췄다. 박주민 의원은 딴지일보 게시판에 두 차례 글을 올려 김씨 중심으로 뭉쳐 있는 지지층과 직접 소통을 시도했다.

추 의원의 과반 득표에서 ‘딴지 민심’을 확인한 박주민·전현희 의원은 이날 추 의원과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추 의원을 만나 “항상 검찰 개혁 등 당 개혁 과제에 앞장서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법사위원이니 당원들의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하다. 조국혁신당 합당 및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을 거치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친명계를 중심으로 “김어준 방송에 나가지 않겠다”는 공개 발언이 잇따랐고, 의원총회에서는 “김 씨에게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이끄는 강성 당원들이 지방선거 경선에서 위력을 발휘하자 “특정 스피커에 당이 휘둘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친명계 의원은 “이번 경선 결과를 보며 다시 한번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느꼈다”며 “앞으로 추 의원처럼 목소리 큰 정치를 해야만 살아남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이재명’이라 불리는 중도 성향 지지층이 모인 친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왜 중도층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지 알겠다”“합리적 중도 지지자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등 추 의원 경선 승리에 회의적인 글이 다수 올라왔다. 추 의원을 공개 지지해온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이 직접 나서서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자거나 국민의힘 후보를 찍자고 선동하는 자들을 파악해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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