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신라, 촘촘한 혈연사회였다…근친혼·순장 계급 첫 유전체 입증[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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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신라 지역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한 혈연 네트워크 위에서 운영됐다는 사실이 고유전체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근친혼 풍습과 순장 계급의 구조적 분리가 유전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고대 한국 사회의 친족 질서와 장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할 단서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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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주인·순장자 유전적 배경 같지만 혈연은 분리
삼국시대 신라 지역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한 혈연 네트워크 위에서 운영됐다는 사실이 고유전체 분석으로 처음 확인됐다.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근친혼 풍습과 순장 계급의 구조적 분리가 유전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고대 한국 사회의 친족 질서와 장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할 단서가 마련됐다.

영남대·서울대·세종대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경북 경산 임당-조영 고분군에서 발굴한 78구의 고인골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9일 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4~6세기 약 100년 동안 조성된 44기 무덤의 피장자와 순장자의 유전적 관계를 복원해 당시 지역 사회의 혈연 구조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1차 친족 11쌍, 2차 친족 23쌍, 3차 이상 친족 20쌍이 확인됐다. 특정 무덤군을 중심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촘촘한 친족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부모가 가까운 혈연관계였던 개체 5명이 발견돼 '삼국사기' 등에 기록된 신라 근친혼 풍습이 실제 유전적 흔적으로 확인됐다.
문헌 속 근친혼, 신라인의 뼛속에서 확인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사료에만 남아 있던 신라의 혼인 관행을 고유전체로 실증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일부 여성 개체에서 부모 양쪽에서 받은 DNA가 길게 동일하게 반복되는 ROH(runs of homozygosity) 구간을 확인했다. 이는 부모가 사촌 또는 그보다 가까운 혈연이었음을 시사하며, 왕실 엘리트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던 근친혼이 지역 지배집단과 순장 집단 전반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유럽 고대 사회 연구에서 흔히 보고된 '여성 외혼' 패턴과 달리, 성인 여성 역시 친족 네트워크 안에서 함께 매장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는 삼국시대 신라 지역사회가 성별 편향이 약한 독자적 친족 구조를 가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은진 세종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근친혼 사례를 유전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고대인의 뼛속에 남은 정보로 당시 집단 구조와 관습을 실증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같은 지역 사람이지만 섞이지 않았다…순장 계급 분리
주목할 대목은 무덤 주인과 순장자의 관계다. 두 집단은 전체 유전적 배경은 거의 동일했지만, 가까운 혈연 관계는 뚜렷하게 분리돼 있었다. 외부에서 이방인을 데려와 제물로 바친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사회 안에서도 특정 계층을 철저히 분리해 순장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부모-자녀 관계의 순장자가 같은 무덤에서 확인된 사례도 있어, 특정 가문이 세대를 걸쳐 순장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순장이 일회성 의례가 아니라 세습적 신분 질서와 연결된 구조적 관행이었음을 시사한다.
정충원 서울대 교수는 "주피장자와 순장자 집단은 친족 네트워크에서는 뚜렷이 분리되지만 유전자 프로필은 동일했다"며 "삼국시대 한국인의 전반적 유전적 동질성과 계층 구조를 동시에 보여준 첫 대규모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고대 사회를 대상으로 한 첫 대규모 고유전체 연구라는 점에서 향후 경주 왕경, 백제·고구려 지역 고분군으로 확장될 경우 골품제와 삼국 간 혼인 관행의 유전적 실체를 검증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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