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찾는 대전·옥천의 대청호… 호수 너머 아침 햇살이 비치는 ‘소원의 종’

전북 장수에서 시작한 금강이 북쪽으로 흐르다 대청호에서 숨을 크게 고른 뒤 방향을 꺾어 서해를 향해 간다. 수없이 굽이치고 뻗치면서 대전뿐 아니라 충북 옥천·청주·보은을 품었다. 강이 호수가 된 것은 1980년 대청댐이 준공되면서다. 과거 대덕군과 청원군의 앞자리를 따온 이름이다.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 큰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지만 당시 4075가구, 약 2만6000명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다.
봄철 대청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전 동구 직동에 자리한 노고산성(老姑山城)이다. 대청호 물줄기 서쪽에 솟은 노고산은 높이 250m에 불과한 야산이다. 이름은 산 정상부에 위치한 ‘할미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할미처럼 생겼다고 해서 ‘할미바위’라고 부르기도 하고, 할머니가 명주치마에 돌을 담아 쌓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아들을 병사로 보내고 매일 새벽 치성을 드리던 노모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출발지는 정자 ‘찬샘정’이다. ‘찬샘내기(냉천부락)’라는 마을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찬샘정에서 산길을 20~30분 걸어 오르면 곧바로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한다. 대청호의 물줄기와 산줄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낮은 산인데도 전망이 빼어난 건 주변에 고봉들이 드물어서다. 낮게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구석구석 파고든 물길을 품고 있다. 마치 섬들과 반도들이 빼곡히 깔린 남해의 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 경건함을 주는 작은 ‘소원의 종’이 설치돼 있다. 일출 명소다. 대청호 건너 끝없이 펼쳐진 산줄기의 향연 위로 해가 고개를 내민다. 대자연의 장엄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예술적인 종과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바로 앞 진달래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300m쯤 되는 타원형 테뫼식 석성(산봉우리 테두리에 돌을 쌓아 만든 성)으로, 백제 성왕의 아들 창(후에 위덕왕)이 신라군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당시 군사들이 흘린 피가 내를 이뤄 흘렀다고 한다. 피골마을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피’를 음차하면서 ‘기장(피)’을 뜻하는 직(稷)을 잘못 차용해서 지명이 직동(稷洞)이 됐다.

상류 쪽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바로 옆에 ‘천상의 정원’으로 불리는 ‘수생식물학습원’이 있다. ‘좁은문’을 통과하면 ‘좁은길’이 이어지고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따뜻한 봄을 맞아 각양각색의 봄꽃들이 아우성친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대청호와 하늘을 향해 휘어지며 가지를 펼친 수령 120년의 소나무 너머로 기암절벽이 펼쳐지고 절벽 위 정자와 유럽풍 고성이 어우러진다.

옥천에서 새로운 볼거리도 최근 생겼다. 1983년 이후 굳게 닫혔던 대청호 뱃길이 43년 만에 다시 열렸다. 길이 18.5m, 폭 5.5m의 40t급 전기 선박이 안내면 장계관광지에서 안남면 독락정까지 대청호 편도 21㎞ 구간을 운항한다. 옥천 출신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이름을 따 ‘정지용 호’로 이름 지었다. 운항 속도는 시속 15㎞, 승선 인원은 최대 40명이다.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2시 장계선착장을 출발해 1시간20~30분 동안 3곳의 선착장을 거쳐 연주리 선착장에 닿는다. 뱃삯은 편도 기준 어른 8000원, 7~12세 5000원이다.

장계관광지는 옥천의 호반 중 한 곳으로 고요한 수면이 펼쳐진 힐링 명소다. 장계를 출발한 배는 호수 위를 미끄러진다. 장계대교 밑을 지나 먼저 장계리에 닿는다.오른쪽으로 절벽에 잔도처럼 놓인 ‘향수호수길’이 함께한다. 향수호수길 수변전망대를 지나 석탄리를 거친 뒤 호수 건너 고립마을 오대리로 이어진다.

이후 연지리로 향한다. 멀리 산꼭대기에 ‘둔주봉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보인다. 배 오른쪽 땅이 동서가 뒤바뀌어 있는 ‘한반도 지형’이다. 연지리 선착장에 닿으면 바로 독락정(獨樂亭)을 마주한다. 절충장군 중추부사를 지낸 주몽득이 1630년 지은 정자다. 주몽득은 임진왜란 때 추령에서 나무로 만든 활로 왜적을 대파하는 공을 세웠고 1607년에는 일본에 건너가 포로 1000명을 소환해 왔다고 한다. 인조 2년인 1624년 이괄의 난 때는 반란을 진압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독락정은 홀로 즐기는 정자지만 많은 선비들이 자주 모여 풍월을 읊었고 후에는 서당으로 쓰였다. 마을 이름도 독락정이다. 초계주씨(草溪周氏) 집성촌이다.
대청호 옆 수생식물학습원 일요일 휴관
옛 37번 국도 벚꽃 터널… 드라이브 코스
대전 노고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찬샘정 외에도 찬샘마을 주차장에서 직동복지회관, 강용식 한밭대 초대총장 생가지를 거치는 것과 냉천골 할매집에서 출발하는 등산로 등이 있다. 수생식물학습원은 일요일 휴관이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다.
옥천읍에서 장계관광지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뚫린 4차선 국도가 있지만 옛 37번 국도를 따라 느릿하게 드라이브하는 것이 좋다. 해마다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해 꽃 터널을 이룬다.
장계관광지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돌아오는 편까지 왕복(1만6000원)으로 표를 끊어야 한다. 매표소 안에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평일에도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연주리 선착장에서 배가 출발할 때까지 10여분 여유가 있어 독락정을 둘러볼 수 있다.
옥천 1경 둔주봉 한반도 지형 전망대는 안남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을 1.8㎞가량 가면 닿는 점촌고개에서 오르면 된다. 둔주봉 전망대까지는 800m.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져 있어 산행과 함께 솔향기 가득한 숲길을 즐길 수 있다.
옥천에서는 민물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민물고기를 뼈째 푹 고아 내 고추장을 풀고 각종 야채를 넣은 뒤 국수를 말아먹는 생선국수와 물고기를 바삭하게 튀겨 양념한 도리뱅뱅이가 별미다.
대전·옥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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