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치된 채 잡초 무성한 수도권 빈 땅… 실제 경작과는 거리 멀어

이누리 2026. 4. 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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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신고 재산 ‘농지’ 조사해보니
공사 진행 중인 부지 등도 확인
논 전용 주택 건물 지은 의원도
소명 의원들 “투기 목적 아냐”
“실제 경작 중이진 않다” 인정
지난 1일 경기도의 한 농지 뒤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전국 단위 농지 조사 1단계에 국비 588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농지를 들여다보면 상속받거나 종중(문중 단체) 명의의 공동재산으로 등록된 땅, 면적이 극히 작은 경우 등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 농지 중에는 실제 경작 중인 농지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농지 가격은 주로 억 단위에 형성돼 있었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갖고 있나


국민일보가 8일 등기부등본과 위성사진을 대조한 결과 방치된 채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거나 도로·인도로 활용되는 흔적이 있는 곳,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 등 다양한 유형이 확인됐다.

경작을 하지 않는 농지로 보이는 곳들을 따져보면 이렇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 명의로 경기도 수원에 논 3곳을 보유 중이다. 가격은 약 4억2000만원, 약 2억9000만원, 약 1억2000만원이었다. 일부는 상속, 일부는 매매로 취득한 땅이다. 상속에 의한 농지는 도로 인접 부지였고, 2014년 매매로 취득한 농지는 비닐하우스 주변에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평택에 배우자 명의로 증여받은 약 3억5000만원, 약 2억9000만원 논을 2개 신고했다. 한 곳은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상태였지만 한 곳은 상세 위치가 낡은 주택 안으로 찍혔다. 박 의원은 “임대 농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양평에 총 1억4500만원의 농지 2곳을 신고했다. 각각 2021년, 2023년에 취득했다. 위성사진상으로는 도로 인접 부지이거나 주택 인근 텃밭 형태다. 노 의원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양평 일대에 약 8283만원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부는 농지법 시행(1996년) 전인 1989년 취득한 것으로 길이 깔린 곳도 있고 일부는 텃밭 형태다. 종중 명의 또는 상속받은 땅으로 투기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약 8800만원의 농지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 중 2010년에 취득한 경기도 여주 농지는 위성사진상 풀이 무성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경기도 수원 소재 농지는 주택 사이 도로 형태이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작 중인 땅도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남양주에 약 6억6000만원, 약 1억6000만원의 논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5년 협의 분할에 의한 상속 농지다. 이 의원은 “상속받은 것이라 문제없는 땅”이라며 “공직생활로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제3자가 농사를 지었고, 직불금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명의 인천 농지(약 2억5000만원)는 일부 공동지분 형태로 실제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과 공동소유하거나 실소유자가 가족인 경우도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기도 용인에 모친 명의 약 2억원의 논을 재산 신고했다. 박 의원은 “부모님 소유의 친정집”이라고 설명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이천 일대 농지 상당수가 1980년대 가족과 공동 상속한 토지였다.

용도가 변경된 경우도 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경기도 용인 지역에 약 3억원의 논을 전용해 그 위에 주택 건물을 지었다. 이번 재산공개에선 지목 종류가 ‘답(논)’으로 잡혔지만 변경 절차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투기 아니라지만 석연찮은 해명

농지 보유와 관련해 소명한 의원들은 “투기 목적이 아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실제 경작 중이지는 않다”고 인정하거나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아 처분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난달 31일 농지 전수조사 브리핑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처럼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은 확실히 투기 수요가 있는 편”이라며 “‘안 팔려서 문제’라는 경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의 농지 보유 관련해 미심쩍은 사례가 상당하지만 법적 판단은 단순하지 않다. 현행 농지법이 처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처분 명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농지 관리의 투명성 한계가 지적된다.

하승수 변호사는 “농지법 도입 이래 규정이 여러 번 바뀌어온 탓에 위법 여지를 파악하려면 각 농지의 취득 시점과 경위를 전부 따져봐야 한다”며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처분 명령을 소극적으로 내리거나 사실상 봐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농지법 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한다. 헌법 121조 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달부터 사상 첫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다. 수도권을 포함한 의심 농지는 8월부터 현장 점검을 한다. 조사 대상은 전체 농지 195만4000㏊(1447만 필지)로 수도권은 22만㏊(173만 필지)다. 지난해 경기도 농지 가격은 3.3㎡당 60만7000원으로 전남(8만2000원)의 7.4배 수준이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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