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낡은 그물이 ‘드론 방패’ 됐다…우크라전 놀라운 장면

프랑스 대서양 연안 어촌 마을들이 낡은 어망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해 러시아 드론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1500㎞에 이르는 어망이 우크라이나로 전달됐다. 보도에 따르면 브르타뉴 항구에는 추가로 보낼 어망 40여 자루가 대기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어망을 드론 공격으로부터 군인과 민간인을 보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참호 위에 덮개 형태로 설치하거나 차량 방호용으로 사용하면 드론의 프로펠러가 얽혀 목표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다.

어망 기부에 참여한 어촌 마을 퀴베롱의 파트리크 르 루 시장은 “프랑스의 가치는 자유, 평등, 박애다. 우리는 한 나라가 그런 식으로 공격받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이 낡은 그물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그들에게는 조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정말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 마을 주민 오엘 카로브 역시 약 6.5㎞ 길이의 어망을 기부했다. 그는 “그들이 부상자를 수습하러 갔다가 드론 공격을 받는다면 정말 안 되는 일”이라며 “적어도 이건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어망 제조업체 대표 마리 르 브리스도 낡은 어망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중고 어망을 매립 처리할 경우 t당 250유로(약 43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기부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어망 수거와 전달을 주도하는 단체는 ‘우크라이나 브르타뉴 쉬드’다. 이 단체 대표인 우크라이나 출신 통역사 테티아나 리히터는 프랑스인 남편이 운영하는 물류회사와 협력해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리히터는 “그물은 학교와 산부인과 병원은 물론 가장 먼저 표적이 되는 탱크와 스타링크 장비도 보호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 조종사가 식별하기 어려운 투명망이나 녹색 어망이 전장에서 특히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기부에 대한 감사 표시도 이어가고 있다. 일부 프랑스 기부자는 어망에 걸린 러시아군 드론을 선물로 받았으며 지역 단체 ‘케르닉 솔리다리테’ 대표 제라르 르 뒤프는 지난해 11월 파리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해 연락을 받기도 했다. 당시 파리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면담을 희망했다는 것이다.
르 뒤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분이 하는 일을, 드론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러분이 그 어망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망 기부는 프랑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덴마크와 스웨덴에 이어 스코틀랜드도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280t 이상의 중고 연어 양식 어망을 보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어망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제93기계화여단 대변인 이리나 리바코바는 “어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물은 드론에 대항하는 방어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헤르손 지역 시의원 옥사나 포호미는 어망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대부분의 FPV(1인칭 시점) 드론에는 효과가 있으나 고기동 광섬유 드론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이러한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계심, 예리한 청각, 좋은 시력, 그리고 재빨리 숨을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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