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박신양·솔비…아트테이너가 느는 이유 [이지영의 문화난장]

최근 2주 사이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의 전시에 연이어 다녀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가수 김수철의 화가 데뷔전 ‘소리그림’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배우 박신양 개인전 ‘전시쑈:제4의 벽’, 그리고 청담동 갤러리위의 가수 솔비(권지안) 개인전 ‘허밍로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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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등 주류 무대 진출
홍라희 등 미술계 인사도 관람
창작 과정서 보여준 예술 효용
'미대 나와야 창작' 고정관념 깨
」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자신의 그림 ‘키릴2’(2022)에 대해 설명하는 박신양. [뉴스1]](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9/joongang/20260409001405496sjki.jpg)
전시회장마다 성황이었다. 지난달 29일까지 38일간 열린 김수철의 전시엔 정우성·송혜교·이병헌 등 연예계 스타뿐 아니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미술계 인사들도 대거 방문했다. 지난달 6일부터 내달 10일까지 30여 차례 진행되는 박신양의 아트토크엔 매번 1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솔비의 전시회에선 전시작 25점 중 10점이 팔렸다.
그리움 달래고 악플 상처 치유 효과
연예인 미술 작가를 뜻하는 아트테이너가 나날이 늘고 있다. 1세대 조영남을 시작으로 하정우·구준엽·구혜선·송민호·하지원·박기웅·백현진 등이 계보를 잇는다. 한때 유명세에 기대 과대평가 받는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어느새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같은 주류 무대까지 진출하며 미술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
![김수철의 ‘자기얼굴7’. [사진=이지영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9/joongang/20260409001406804slza.jpg)
이들에게 미술은 단순한 여가 활동, 취미 생활의 차원을 넘는다. 김수철은 그림을 “오랜 친구”라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케치북에 꽃과 나무, 사람과 자동차 등을 그렸다고 했다. 성인이 돼서도 글로 풀리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그림으로 먼저 표현했다. 작곡을 할 때도 악상이 떠오르면 음표로 옮기기 전 스케치부터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단절의 시기, 그는 독학으로 익힌 미술의 세계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평소 머릿속과 가슴 속에 넣어둔 소리를 온갖 색채와 형태로 표출했고, 심장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캔버스에 쏟아부었다. 이번 전시회에선 그가 30년간 그린 1000여 점의 그림 중 160여 점을 골라 전시했다.
박신양 그림의 출발은 그리움이었다. 러시아 유학 시절 만난 친구 키릴과 유리 미하일로비치 선생님. 사무치도록 그리운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캔버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림 그리기는 자신을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다. 그는 “배우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면서 그림엔 그 협의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구와도 조율하지 않고 오로지 작가 자신의 내면에 무게 중심을 두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리는 작업은 고통스럽지만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솔비에게 그림은 가장 어두운 시절 찾아온 구원이었다. 가짜 동영상 사건을 겪고 대중의 오해와 악플에 시달리며 깊어진 마음의 상처가 그림을 그리며 치유됐다.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시작된 미술은 타인의 시선에 갇혀있던 ‘권지안’을 해방시켰다. 정해진 정답이 없고 누군가의 평가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캔버스 앞에서 그는 시원함을 느꼈다고 했다.
![솔비(권지안)의 '허밍 레터'. [사진=지안캐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9/joongang/20260409001408131eqqz.jpg)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틀의 구속도 받지 않는다. 자신의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셀프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몸을 붓 삼아 페인팅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은 모두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그렸다.
살기 위한 창작, 왜 연예인만 도전하나
지금 이들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예술성의 판단은 긴 시간의 역사 속에서 평가받을 문제다. 이들의 미술 활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예술의 효용이다. 예술적 행위를 통해 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고립된 자아를 객관화하고 치유할 힘을 얻었다.
이들이 직접 미술 창작자로 나서게 된 동기인 차오르는 생각과 그리움, 우울 등은 연예인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일부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감정을 예술로 풀어낼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걸까.
아트테이너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연예인들이 특별히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일 리는 없다. 일반인의 예술 활동을 가로막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로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어느 순간 사회적 상식처럼 굳어졌다는 점이다.
근대 이후 예술교육이 제도화되면서 창작은 점점 훈련된 기술의 영역으로 분류됐다.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대학 전공과 공모전 입상 등의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상에 머무르는 역할로 물러섰다. 예술 창작이 전문직업인의 활동이 된 것이다.
그 고정관념을 연예인들이 먼저 무너뜨리고 있다. “사과는 그릴 줄 아냐”(솔비가 받은 악플)는 일각의 비아냥을 감수하며 우리에게도 표현의 자리로 한걸음 나아가보라고 권한다. 예술의 효용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미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다. 우리 역시 김수철처럼 떠오르는 감정을 끄적이고, 박신양처럼 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고, 솔비처럼 마음을 쏟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에게도 예술 창작은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것’ ‘살기 위한 것’이었다.
이지영 문화스포츠부국장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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