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심장’ 함지훈, 18년 여정 마침표…“모비스는 내 가족”

송한석 2026. 4. 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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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경기서 터진 통산 3000어시스트…‘농구 도사’가 남긴 마지막 퍼즐
꾸준함의 대명사 함지훈,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한 ‘가족’으로 남다
함지훈이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송한석 기자

함지훈은 마지막까지 ‘함지훈’이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상징이자 ‘농구 도사’로 불린 그는 은퇴 경기에서도 대기록을 남기며 18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창원 LG의 경기 종료 후 함지훈의 공식 은퇴식이 거행됐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그는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8시즌 동안 오직 현대모비스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이다. 그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함지훈은 현대모비스 왕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통산 5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2009-2010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군림했다. 화려한 탄력보다는 영리한 두뇌 플레이와 정교한 패스로 ‘함던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현대모비스 농구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지훈이 남긴 족적은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통산 8427점을 올리며 현대모비스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고 858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영광과 고난을 함께했다.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 걸린 함지훈 은퇴 기념 플랜카드. 송한석 기자

경기 후 거행된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인 함지훈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후련하게 원 없이 뛰었다. 많은 팬 앞에서 이겨서 만족한다”며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팬들과 가족들을 보니 이제야 은퇴가 느껴진다. 우승도 많이 했고 프로 생활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눈시울을 붉힌 순간에 대해서는 “부모님 얼굴을 보면 울컥할 줄 알았다. 유재학 감독님과 양동근 코치를 보니 눈물이 났다”며 “울고 계시는 팬분들의 모습도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고 전했다.

함지훈이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을 진행하고 있다. 송한석 기자

이날 19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함지훈은 8427점 4027리바운드 3000어시스트를 달성하며 ‘8000-4000-3000’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함지훈은 “기록을 의도했다”며 “어시스트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1쿼터부터 동료들이 내가 주는 공을 다 넣어주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18년 동안 몸담은 현대모비스와 울산이 ‘가족’이었다는 함지훈은 “팀은 나를 여기까지 키워준 가족이고 팬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동료들이 자신의 별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뛴 이벤트에 대해서는 “내색은 안 했지만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들었고 감격스러웠다”며 “그런 유니폼을 입고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으로는 ‘쓰리핏(3년 연속 우승)’ 시절을 꼽았다. 그는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오직 현대모비스만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함지훈은 1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올 시즌 깨졌다. 그는 “선수들이 많이 성장한 부분에 만족한다”며 “플레이오프 진출은 못 했지만 여러 가지 서로 배우면서 끈끈해졌다. 제가 은퇴하며 내년에 좋은 선수들이 온다.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18시즌을 뛰면서 가장 버거웠던 선수를 묻자 “오세근, 이승준과 신인 시절 준일, 승현이가 힘들었다”며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젊은 선수들이 올라왔을 때 패기 있던 모습이 제일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함지훈이 뽑힌 2007 신인 드래프트는 김태술, 이동준, 양희종 등이 있던 ‘황금 드래프트’로 불렸다. 함지훈은 10순위로 모비스에 뽑히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데뷔 시즌 16.1점, 5.8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함지훈은 “이렇게까지 많은 주목을 받을 선수가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그 어린 마음에 자신은 있었다. 유재학 감독님과 훈련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시즌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제 시즌 끝났으니까 국장님, 동근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며 “불러만 주신다면 지도자를 하고 싶다. 일단 지금은 혼자 여행가고 싶다”고 웃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항상 꾸준한 선수로 보여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주변에서 봐주셔서 선수생활이 만족스럽다”며 후배들을 향해서는 “현대모비스만의 문화를 잘 습득한 믿음직한 선수들이다. 우승 트로피를 후배들이 주축이 돼 꼭 들어 올릴 것이라 믿는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함지훈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선수는 양동근 감독이다. 전성기를 코트 위에서 함께 누비며 현대모비스 왕조를 건설했다.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지훈이 8일 울산 동천체욱관에서 열린 함지훈의 은퇴식에서 포옹을 하고 있다. 송한석 기자

함지훈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마지막이 될 것을 이야기해서 서로 알고 있었다”며 “올스타전, 미디어데이, 팬 행사 등 18년 동안 접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다 시켜주셨다. 워낙 잘 아는 선배고 제가 따라가려고 하는 선배다. 농구 외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그 길을 쫓아가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울산=송한석 기자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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