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반포’ 조롱받던 흑석뉴타운 지금은?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6. 4.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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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강남보다 비싸다

9호선 흑석역 3번 출구를 나와 국립서울현충원 방향으로 걷다 보면 거대한 펜스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펜스 너머로는 파란색 천막이 군데군데 씌워져 있고, 터파기와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내년 1분기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흑석재정비촉진구역(흑석뉴타운) 11구역 재개발 사업지다. 151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로 ‘흑석써밋더힐(가칭)’ 현판을 달 가능성이 크다. 4·9호선 환승역 동작역과 9호선 흑석역이 모두 도보권에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일반분양 물량은 약 420가구다.

11구역에서 중앙대병원 방면으로 조금 더 걸으면 크레인이 여러 대 들어선 흑석9구역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한강변은 아니지만 역시 1540가구 규모 대단지다. 흑석뉴타운 중심에 있고 흑석역과 가까운 역세권 단지로 꼽힌다. 이곳 역시 현대건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디에이치켄트로나인·가칭)’를 달고 연내 분양할 예정이다.

달마사에서 내려다본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3구역 ‘흑석자이’ 뒤로 11구역 ‘흑석써밋더힐(가칭)’이 공사 중이다. (윤관식 기자)
뉴타운 지정 20년, 그 후

10곳 중 6곳 입주·2곳 분양 예정

11구역과 9구역은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미 입주한 3~8구역에 더해 한강변에 대형 건설사 프리미엄 브랜드가 잇달아 공급되면서 흑석뉴타운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흑석뉴타운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며 재개발 사업의 닻을 올렸다. 총 1만가구 규모로 계획된 1~11구역 가운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0구역을 빼면 10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2011~2012년 ‘흑석한강푸르지오(4구역)’ ‘흑석한강센트레빌1차(5구역)’ ‘흑석한강센트레빌2차(6구역)’가 입주를 마쳤고, 아크로리버하임(7구역)과 롯데캐슬에듀포레(8구역)는 2018년 11월~2019년 12월 집들이를 시작했다. 가장 최근 입주한 아파트는 ‘흑석자이(3구역·2023년 2월)’다. 나머지 4개 구역 가운데 1구역은 공공재개발, 2구역은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10개 구역 중 6곳이 입주를 마쳤고, 9구역과 11구역까지 분양을 앞두면서 흑석뉴타운은 사실상 완성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오는 4월 분양 예정인 11구역 흑석써밋더힐 일반분양가가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은 흑석써밋더힐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8538만원 선에 책정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전용 59㎡ 타입별로 20억4863만~21억8980만원, 전용 84㎡는 28억2668만~28억3747만원 수준이다. 흑석동 국평(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분양가가 조합안대로 최종 확정되면 흑석써밋더힐은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현재 역대 최고 분양가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3.3㎡당 8484만원)’이다. 전용 84㎡가 27억원대였다.

흑석뉴타운이 동작구인데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보다 비싼 가격에 공급되는 배경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있다. 동작구는 규제지역이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아니다. 반면 래미안트리니원은 인근 단지와 마찬가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 최근 서초구 방배동에서 공급된 ‘아크로드서초’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주변 시세보다 낮은 3.3㎡당 780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은 강남 3구와 용산구뿐”이라며 “흑석뉴타운은 한강벨트인데도 분양가 제한이 없어 반포·청담 분양가를 추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지만 놓고 보면 흑석11구역 조건은 나쁘지 않다. 11구역은 한강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동쪽으로는 서초구 반포동과 맞닿아 있다. 11구역이 한때 ‘서반포’를 단지명에 붙이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시장에서 빈축을 샀던 것도 이런 입지 때문이다. 단지명 확정 여부와 별개로 ‘서반포’ 포함 여부가 논란이 된 배경에는 흑석동 입지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교통 여건도 좋다. 올림픽대로를 통해 강변북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하기 편하고 지하철 9호선을 타면 강남·여의도·마곡으로 이동하기 수월하다. 중앙대를 비롯해 흑석초, 중앙사대부속초 등이 있고 버스로 3~4정거장이면 노량진 학원가도 닿는다.

흑석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초구 반포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강남 생활권이고 여의도 출퇴근도 편리하다”며 “종합병원과 대학교가 있고 최근 흑석동에 없던 고등학교(흑석고)까지 개교해 생활 여건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흑석뉴타운 아파트 시세와 조합원 입주권 시세 모두 고공행진 중이다.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는 지난 1월 말 26억60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를 배정받은 조합원 입주권은 22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매물 권리가액이 약 3억1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웃돈만 19억원 이상 붙어 있는 셈이다. 이 입주권에 예상되는 추가분담금이 약 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수자는 총 26억7000만원가량을 내는 셈이다.

흑석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 대출 규제, 곧 부활할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거래는 뜸하다”면서도 “11구역, 9구역이 한꺼번에 공사를 진행하니 한강변에 입주하려는 실수요자 문의가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11구역이 화제를 모으지만 9구역 디에이치켄트로나인도 연내 분양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흑석뉴타운 중심에 있는 흑석9구역은 경사가 심한 흑석동에서도 비교적 완만한 지형에 자리 잡았다. 흑석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인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해 봄만 해도 이 단지 일반분양가는 3.3㎡당 6000만원 초반대로 예상됐지만, 업계에선 11구역 청약 결과에 따라 분양가가 조정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두 단지 공급이 완료되면 흑석뉴타운 개발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한강변 신축 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아크로리버하임 외에는 노후 아파트와 저층 주택이 많던 한강변에 신축이 대거 들어서면 ‘강남 대체 주거지’로서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례적으로 높은 분양가가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11구역 분양가는 같은 달 분양 예정인 노량진6구역(라클라체자이드파인·3.3㎡당 7800만원)보다도 높다. 가격과 입지, 교통 등을 고려하면 노량진6구역 경쟁력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어 이번 분양 흥행이 흑석뉴타운 시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11구역 분양이 흥행하면 인근 후속 단지도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를 낮추거나 분양 일정을 대폭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총평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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