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부진…커머스주 전락한 네이버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6. 4.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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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의 주가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팬데믹 시기 40만원대 주가로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선 네이버지만 최근에는 20위권으로 처졌다. 지난 4월 2일 주가가 10만원대까지 밀리며 시가총액 약 31조원으로 22위에 그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3000에서 6000선까지 치솟던 시기에도 네이버는 20만원대 주가에서 횡보했다.

주가 부진 장기화에 주주 원성이 터져 나온다. 최근 네이버 주주총회에서 주주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지난 3월 23일 경기 성남시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실적을 보면 좋은 기업인데 주주 입장에서는 나쁜 주식이다” “인공지능(AI)을 표방하면서도 초강세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는 등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향한 주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최 대표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AI 서비스 강화를 약속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AI 사업 성과가 증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2분기 중 선보일 검색 에이전트 ‘AI 탭’ 도입 후 경쟁 플랫폼 대비 월등한 성과가 나타난다면 주가수익비율(PER)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3월 23일 경기 성남시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AI 적용에도 기여도 낮아

코스피 2배 오를 때 7% 상승

네이버 주가 부진은 코스피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4월 1일 종가 기준 1년간 코스피가 117% 오를 때 네이버는 7% 상승에 그쳤다. 초강세장에서 네이버가 소외됐다는 주주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는 더 부진하다. 올 1~3월 네이버 주가는 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 상승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2%씩 성장했다. 부문별로는 커머스가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커머스 부문 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 스마트스토어와 글로벌 개인 간 거래(C2C)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문제는 국내 대표 성장주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클라우드나 핀테크보다 검색·커머스 부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네이버 검색 플랫폼과 커머스 부문 매출을 합하면 7조8573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65% 이상이 검색·쇼핑 등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에 기술주라기보다 커머스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최근 네이버 주가에 적용되는 PER은 14~15배 수준에 머문다. 과거 40~50배까지 PER이 높았지만 갈수록 내려가는 흐름이다. 최근 30배가 넘는 PER을 적용받는 카카오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미국 대표 기술주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도 20배 이상 PER을 적용받는다. PER은 미래 수익성을 반영하는 투자 지표다. 그만큼 네이버에 대한 평가가 과거보다 부정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국내 대표 기술주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주가 부진 이유 중 하나는 AI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제미나이나 챗GPT처럼 닥독 AI 앱 출시가 없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성능 격차가 글로벌 기업과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가 일정 부분 정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통한 수익화를 보여주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포털과 커머스 이후 다음 먹거리가 무엇일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AI를 통한 수익화다. AI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러 사업에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이나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며 “시장에서 네이버가 AI 기업체라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선보일 다양한 AI 서비스가 성과로 이어져야 PER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수익화 여부 중요

디지털자산 새 먹거리

네이버를 향한 기대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4월 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네이버 목표주가는 평균 34만6105원에 형성됐다. 전일 종가 대비 65% 높다. 실적 성장세는 꾸준한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될 경우 PER 확장과 함께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예의주시하는 분야는 디지털자산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을 통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새 길을 뚫어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에 AI보다 디지털자산 분야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을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 마무리 시점이 3개월 연기된 점은 우려를 키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30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기존 5월 22일에서 8월 18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최종 거래 종결일도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변경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추가 자료 제출 요구가 연기 배경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변수다. 현재 국회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2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대주주 지분 상한 규제가 논의대로 입법화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중동 사태로 연기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기업 결합 심사 전까지 입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결합 심사 지연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모두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크다.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네이버 계획대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이 성사될 경우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이 계획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동환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투자 최대 리스크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지연과 두나무 합병이 실패하는 경우”라며 “디지털자산 사업이 가시화된다면 네이버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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