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은평도 거래 뚝… 관망세로

조효석,정진영 2026. 4.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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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둔 양도세 중과… 현장 가보니
초기에 급매물 이끌어내 집값 하락
지난달 중순 이후엔 거래 뜸해져
급매 아니면 안 사는데 매물 끊겨
게티이미지뱅크


현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 기조로 시장에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다음 달 10일 적용하는 양도소득세 중과도 그 주요 기점 중 하나다. 서울 전역 포함 다주택자에게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게 골자인 이 조치는 한때 최상급지 매물을 유도해 집값 하락을 끌어냈다. 지난해 실시한 대출 규제도 투기자금을 틀어막아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8일까지 국민일보가 직접 둘러본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매매 현장에서는 부작용도 감지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에 들어섰고, 높아진 가격 장벽은 물론 임대매물조차 희귀해지자 젊은 실수요자들이 서울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인접 경기도권은 거래 수가 완만히 오르는 추세였지만 서울 집값과는 더 멀어진 모습이었다.

‘타이밍 끝’… 견고한 현금의 성채 강남

“한 달에 세 번 골프 치러 가던 회장님이 한 번으로 줄여요. 프랑스에 딸 만나러 수시로 가던 사모님이 횟수를 팍 줄이는 거지. 부자들은 돈 쓰는 걸 줄이면 줄였지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을 필요는 없거든.”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유명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업체 유리벽에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넘는 매물을 알리는 전단지가 줄이어 붙어 있었다. 매물을 안내하고 20여분 만에 돌아온 중개업자는 ‘거래가 많아질 기미가 보이느냐’는 질문에 손을 내저었다. 상급지 매물 출회가 더뎌지자 대통령이 일부 중과 유예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다음 날이었다.

양도세 중과 예고 뒤 실제 급매물 증가로 따른 호가 하락 현상이 있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 자체가 뜸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중개업자는 “원래 이 동네는 항상 매수 대기인원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급매 아니면 안 사고, 그 가격에 내놓는 사람도 더 없으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지금 대기하는 사람들은 이미 타이밍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금을 싸들고 압구정에 진입하는 직업군의 90%는 개원 의사에 쏠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에는 부유한 재미교포 수요가 꽤 있었지만 지난해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생기며 문의가 뚝 끊겼다.

가격이 내린 최상급지로 갈아타려는 급매 수요가 있을 법한 중상급지 마포구도 잠잠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거래가가 25억원 내외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에선 거래가 끊겨 할 일이 없어진 업자들이 모여 한탄 중이었다. 이달 마포구 전체 아파트 부동산 거래는 2건이다.

모여 있던 무리 중 한 중개업자는 다주택자 급매물이 나와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매수자들의 기대와 달리 집주인들은 오히려 실거래가보다 호가를 훨씬 높여 부르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8일 매물과 함께 양도소득세 기본 세율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민일보가 직접 둘러본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 매매 현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에 들어선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살 돈 없는데 어떡해… 경기도 가야지”

“올랐다고 누가 그래요?” 지난 2일 은평구 녹번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곽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왔다’고 했더니 서류를 만지던 중개업자가 눈을 치켜떴다. 업자들에 따르면 호가가 오른 건 사실이지만 이곳 역시 거래 자체가 끊긴 상황이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뒤쪽 동 위주로 가끔 급매물이 나오지만 이제 그마저 뜸해졌다고 했다.

고소득 현금부자들이 많은 중상급지와 달리 외곽에 속하는 이곳 단지에선 ‘영끌 대출’ 매매가 대부분이다. 아파트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 실수요자 눈높이와 끝도 없이 오른 가격이 결합된 결과다. 은평구 ‘리딩’ 단지인 이곳은 이전까지 30평대 기준 10억원 초반 매물이 다수였지만 이제 대출 제한이 걸리는 15억원을 넘나든다.

인근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 다주택자들은 가격상 양도세 중과로 인한 손해가 미미해 굳이 호가를 낮추며 집을 팔진 않는다. 급매도 기껏해야 2000만~3000만원, 많으면 5000만원 낮춘 수준이다. 녹번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다주택자들이 다른 곳의 똘똘하지 않은 아파트는 팔고 이곳은 그냥 갖고 있다”며 “내놓은 사람도 (중과 기한인) ‘2주 동안 안 팔리면 거둬들인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높아진 호가 탓에 대출로도 매매가 어려운 이들은 경기도로 이탈한다. 10억원대 초반으로 녹번동에 비해 비교적 싼 같은 구 응암동 단지의 한 중개업자는 “여기서 집 못 구하는 사람들은 (경기도) 고양으로 간다. 가격이 안되는 걸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는 “신혼부부가 집값이 9억9000만원인데 대출을 (최대한도인) 6억원 받고 들어오더라”면서 “여기가 솔직히 그 정도 대출받아 사들일 곳은 아닌데, 업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걱정이 되더라”고 씁쓸해했다.


더 높아진 ‘서울 장벽’… 입성 포기

경기도 의정부역 인근 단지를 찾은 지난 6일 이곳 중개업자의 표정은 서울 다른 단지들에 비해 그나마 밝았다. 서울과의 연결성이 좋아 의정부 ‘리딩’ 단지로 꼽히는 동네다.

중개업자에 따르면 이곳에 최근 모이는 사람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무주택 신혼부부다. 고객과 상담하느라 30분 이상 기다린 끝에 만난 한 중개업자는 “젊은 신혼부부가 많고 (매매가 6억원 이하가 대상인) 기금대출을 받으려 하다 보니 (30평형대보다) 24평이 거래가 더 많이 된다”고 전했다. 이곳 단지도 최근 슬금슬금 가격이 올라 6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이곳 단지에서는 집을 팔아 서울로 진입하려는 젊은층이 꽤 있어 왔다. 이를테면 서울에 진입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외곽 집값이 오르며 이 다리도 잠겨버렸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해 말쯤 30대 부부가 돈을 모아서 서울 외곽으로 갈아타려고 (이 단지) 집을 내놓고 가계약까지 했다. 그런데 불과 몇 주 새 봐놨던 서울 집들이 다 1억~2억원씩 올라 결국 가계약금 배액을 배상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대출을 다 끌어모아도 안 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부, 버티는 시장 이길까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에 대해 5월 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자까지 유예받게 하는 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거래가 끊겨 가격 하락이 더뎌진 시장에 다시 매물을 유도하려는 의도지만 현장 분위기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차가웠다. 한 중개업자는 “다주택자 가운데 집 내놓을 사람은 진작 거의 다 내놔 달라질 게 없다”면서 “누가 마지막까지 쫓기며 거래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상급지부터 시작된 다주택자들과 고가 1주택자들의 매도 릴레이가 전체 매물 증가로 이어지길 유도하는 모양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엑스에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면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 가격도 안정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다주택자의 주담대 연장을 불허한 데 대해 잠실동의 한 중개업자는 “대출받아 집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세보증금 올려 갚아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규제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는 부문도 있었다. 최근 정부가 개인 간 대출(P2P) 규제를 실시한 데 대해 상급지 중개업자들은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서초구 한 중개업자는 “여긴 다 P2P로 한다”며 “얼마 전 47억5000만원짜리 거래에서 P2P가 20억원이었다”고 전했다. P2P 대출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뜻하는 것으로, 온라인으로 차입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대안금융 서비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에 성행해온 방식은 P2P대출을 먼저 받아 잔금을 치르고, 나중에 사업자대출로 대환하는 것”이라며 “정부 규제로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매수자금 동력이 어느 정도 소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진 이 역시 매수 수요를 어느 정도 줄여놨을 뿐 매도자를 늘려 호가 하락까지 이어질 기미는 약해 보인다는 평가다.

조효석 정진영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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