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인간을 투영하는 거울"…연극 ‘뼈의 기록’
“원작에서 따뜻한 감동을 느꼈다면, 연극에선 좀 더 차가운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연극 ‘뼈의 기록’을 연출한 장한새는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유명 원작을 무대에 올리는 데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뼈의 기록’은 국내 과학소설(SF) 분야의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천선란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초연 연극 작품이다. 원작은 지난 2022년 구독형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처음 공개된 뒤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출간된 천선란의 소설집『모우어』에 수록됐다.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봇 ‘로비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장한새는 “연극을 본 관객과 원작 서적을 읽은 팬들이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연극이 역할을 못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라며 “원작이 죽음을 고민하는 시간을 담았다면, 연극은 애도가 부재한 세상을 다루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작자 천선란은 연극 ‘뼈의 기록’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천선란은 “이 작품이 연극화했을 때 ‘로비스’가 원작과 멀어지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라며 “실제로 연극을 보니 제가 생각한 로봇을 잘 표현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보다 (장한새가) 원작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라며 ‘로봇 덕후’에게 작품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었다.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둘이 합을 맞춘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장한새가 연출한 국립극단 연극 ‘천개의 파랑’ 역시 2019년 출간된 천선란의 동명 장편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뼈의 기록』의 경우 원작 분량이 약 50페이지 정도의 단편 소설이다. 장한새는 “원작을 무대화하기 위해 서사 구조가 조금 더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원작에 충실하되 일부 세계관을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극 ‘뼈의 기록’에는 원작 소설에는 없는 2085년 행성 이주 프로젝트와 같은 배경을 추가했다. 장한새는 또 “원작은 전지적 시점인데 연극은 로비스의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적용하며 로비스의 대사를 통해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라고 덧붙였다.
둘은 “로봇은 인간을 투영하는 거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고 로봇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 천선란은 “『천개의 파랑』이후 독자들에게 ‘로봇이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며 “로봇이 기꺼이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AI와 로봇과 공존하면서 ‘영생하는 로봇과 우리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장한새도 “로봇과 함께하고 AI가 발전하는 세상에 궁극적으로 생기는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라며 “그런 질문을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주역 ‘로비스’는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정운선·강해진은 ‘로비스’에게 인간 삶의 온기를 전하는 ‘모미’ 역 등을 연기한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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