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신문지 한 장의 놀라운 변신
[유영숙 기자]
요즘 초등학교에도 다양한 외부강사 수업이 들어와서 학생들이 전문가에게 다양한 수업을 경험하게 된다. 음악이나 체육 관련 수업 외에도 식생활 개선, 인공지능 수업, 성교육, 진로교육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올해 노인일자리로 초등학교에서 전통 놀이지도를 하고 있다. 정규수업 시간에 들어가서 외부 강사 수업으로 진행한다.
3월에는 두 학교에 나갔는데 모두 3학년이었다. 보통 한 학교에 일주일에 한 번씩 여덟 번(8차시 수업)을 나가는데 이번 주는 벌써 네 번째 수업이다. 학생들이 전통 놀이시간을 정말 좋아해서 가르치는 전통 놀이 선생님들도 늘 신난다.
우리 어릴 때는 TV나 핸드폰이 없었고, 책도 별로 없어서 늘 마당이나 골목에서 놀았다. 줄 하나, 돌멩이 몇 개, 구슬 몇 알만 있으면 해 질 녘까지 놀 수 있었다. 친구들과 어둑어둑할 때까지 놀다 보면 엄마들이 "밥 먹어라" 하는 소리에 놀다가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 옛날에는 핸드폰이나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놀이 속에 협동과 경쟁, 지혜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사방치기, 실뜨기를 많이 했고, 남자들은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자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나는 바닥에 땅을 크게 그려서 땅따먹기하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들과 공기 알 수백 개를 펼쳐놓고 자기의 깜냥대로 공기 알을 따가는 '많은 공기' 놀이를 정말 많이 했다.
이렇게 바깥에서 하던 놀이를 노인 일자리 전통 놀이 지도로 교실로 가져갔다. 내가 사는 인천 서구 노인복지관에서 학교에 전통 놀이지도 하게 된 지는 4년 정도 되는데 선생님들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전통 놀이를 열두 개 정도 개발하였다. 투호놀이, 팽이치기, 비석치기, 산가지놀이, 제기차기, 변신모자 접기, 꼬마연 놀이, 딱지치기, 땅따먹기, 윷놀이, 공기놀이, 죽방울 놀이다. 주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지도하는데 학년에 따라서 수준을 달리한다(참고기사 : '코끼리'에 '고추장'까지, 노인일자리 위해 맹연습한 것).
환호받으며 입장한 전통 놀이 선생님들
4월 첫 주부터 초등학교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1학년이다. 나는 교사로 퇴직해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학교로 지난해까지 가끔 시간 강사로 나갔다. 전통 놀이지도 시 힘든 점이 수업이 있는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거다. 걸어갈 수 있는 학교면 정말 좋은데 멀리 있는 학교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교통이 불편하면 승용차를 가져가야 한다. 오늘 가는 학교는 내가 시간 강사로 나갔던 학교라 친근하고 아파트 옆이라 걸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초등학교도 지난해까지 학생 수가 계속 줄었다는데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2학기에 예정되어 있어서 학급수를 늘렸다고 한다. 지금 1학년은 네 학급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14명, 15명이다. 2학기에 몇 명이 늘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정말 환상적인 인원이다.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2명, 3명씩 모둠(조)으로 앉아있는 1학년 학생들이 정말 귀여웠다. 반 당 전통 놀이 선생님이 다섯 명씩 들어가 수업하기에 다섯 모둠으로 만들어 달라고 미리 이야기해 둔다. 1학년은 전통 놀이 도구 만드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데 소그룹으로 진행하니 힘들지 않다.
오늘 수업은 신문지로 '변신 모자 만들기'다. 이 수업을 할 때는 미리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서 선생님들이 각각 다른 모자를 쓰고 한 명씩 차례대로 교실에 들어간다. 신문지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대부분 6, 70대 노인들)이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가자 1학년 학생들이 신기한지 "우와!" 소리 지르며 손뼉까지 쳤다. 아이들의 환영이 어찌나 귀여운지 선생님 모두 웃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수업 시작 말(멘트)은 선생님들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한다. 5분 정도로 준비하는데 전통 놀이의 유래, 놀이 방법 등 각자 준비해 와서 설명하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오늘은 신문지 한 장으로 다양한 변신 모자를 만들 수 있음을 소개하고 선생님들이 쓴 모자 하나하나를 소개해주었다. 소개할 때마다 학생들이 신기한지 "우와!"를 반복한다. 저절로 빨리 가르쳐주며 함께 변신모자를 만들고 싶었다.
신문지 한 장으로 만드는 여섯 가지 변신모자
요즘 신문지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가정에서도 신문 구독하는 분이 별로 없다. 대부분 인터넷 신문이나 유튜브 등으로 뉴스를 접한다. TV 종편 방송에서도 늘 뉴스를 볼 수 있으니 종이 신문은 거의 보지 않는다. 우리 집도 예전에는 두 가지 신문을 보았는데 신문을 끊은 것이 꽤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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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지 한 장으로 접는 변신모자 (위)도령모자, 교황모자, 도깨비모자 (아래) 세프모자, 해군모자, 학사모로 변신된다. |
| ⓒ 유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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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년 학생 두 명이 접은 학사모 신문지 한 장으로 여섯 가지 변신모자를 접고 마지막에 좋아하는 모자를 선택하게 하여 꾸민다. |
| ⓒ 유영숙 |
수업 전날 쌍둥이 손자가 가지고 놀던 스티커가 집에 있어서 수업에 사용하려고 챙겨가서 우리 조 선생님들께 나눠드렸다. 학생들은 원하는 스티커도 붙여서 나만의 학사모를 만들었다. 1학년인데 정말 멋진 학사모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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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년 학생들이 만든 교황모자와 도깨비 모자 |
| ⓒ 유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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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년 학생들이 만든 학사모와 요리사모자 학사모는 나중에 좀 더 예쁘게 색칠해서 완성했다. |
| ⓒ 유영숙 |
"OO는 꿈이 요리사인가요?"
"네, 저는 요리사가 꿈이에요."
"요리사가 되면 어떤 음식 만들고 싶어요?"
"치킨 만들 거예요."
1학년다운 대답이었다. 학사모를 쓰고 있는 두 명에게는 "이다음에 꼭 박사님 되세요"라고 말해주었다. 오늘 모자를 접으며 꾼 꿈을 꼭 이루길 기원한다. 변신모자 만들기 수업할 때는 모자를 만들고 시간이 남으면 모자를 쓰고 패션쇼도 한다고 했는데 1학년이라 모자 접는데 시간이 걸려서 모둠별로 담임 선생님께서 사진 찍어 주시는 걸로 끝냈다.
오늘도 마지막에 수업 소감을 말했다. 1학년이라서 "재미있었어요"가 가장 많은 대답이었지만, 한 학생이 "너무 재미있어서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어요"라고 말해서 모두 손뼉 치며 즐거워했다. 이 대답 하나로 전통 놀이 선생님들은 오늘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오늘 수업한 학교는 10차시를 신청했으니 1학년 학생들과 열 번을 만나는 거다. 전통 놀이 수업으로 개발한 것을 거의 다 할 거다. 1학년이라서 조금 걱정했는데 오늘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다른 전통 놀이도 잘할 것 같아 안심된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올해 처음 전통 놀이 지도에 참여한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
초등학교 전통 놀이 지도는 학생들도 재미있어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손주 같은 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 놀이를 지도하며 보람을 느끼기에 일석이조의 수업이다. 인기가 많아서 올해 11월까지 수업 계획이 벌써 꽉 찼다고 노인복지관 담당 사회 복지사가 말해주었다. 이런 수업이 초등학교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무슨 수업이든 혼자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다른 선생님들과 보조를 잘 맞추어서 선생님들끼리 갈등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노인 일자리 면접 때 "동료 선생들과 마음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는 질문을 한 사회 복지사 질문이 이해되었다. 학생 지도도 잘해야 하지만, 동료 선생님들과도 마음을 잘 맞추어 올 한 해 갈등 없이 즐겁게 함께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지난주도 즐거운 전통 놀이 시간이었다. 이번 주도 학생들과 만날 전통 놀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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