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을 위한 것"...부고장 출력해 직접 전달하는 이유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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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립승화원 주차장에 살고 있는 고양이 |
| ⓒ 나눔과나눔 |
덕분에 빈소에서 가방을 챙겨 건물을 나서는 순간 저는 이미 고양이를 만날 것을 예측합니다. 그런데 만약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제 뇌는 빈소를 나설 때 여전히 고양이를 만날 것으로 예측할 겁니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해서 고양이의 부재를 확인한 뒤 괴로워할 것입니다. 예측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으니까요. 고양이가 더는 그곳에 없다는 기억이 신뢰할 만큼 누적될 때까지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겁니다. 그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어쩌면 인사를 나누었던 지난 5년 만큼의 시간이 다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죽은 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고인에 대한 기억과 함께 살아가며 앞서 말한 불일치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일치를 견디고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죽음을 실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의 무게를 느끼고, 화로에 들어가는 관을 향해 인사하고, 음식과 술을 올리고, 화장을 마친 유골함의 무게를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이 정말 떠났구나"라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흔히 "장례식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별자들이 실감할 기회를 위해
그래서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나눔은 최대한 부고를 알리려 노력합니다. 부고를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가 장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고인의 주소지나 사망지가 고시원, 여관, 요양원 등의 시설이라면 그곳에 직접 전화합니다. 영정으로 쓸 사진이 있는지, 고인에게 종교가 있었는지,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부고를 출력해 직접 전달하기도 합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우편은 시일이 걸리고, 반드시 확인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럼에도 부고를 전달받지 못하는 사별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전국적인 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 격차가 존재하기에 행정 주체가 어디냐에 따라 장례 의식이 지원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장례 의식을 지원하더라도 서울시처럼 부고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센터'같은 중간 지원 조직이 없다면 사실상 담당 공무원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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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립승화원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무연고 사망자'의 부고 |
| ⓒ 서울시립승화원 |
2024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최소 6366명으로 파악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서 사별자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6000여 명의 수는 그 배수의 사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연고 사망자'에게 최소한의 장례식을 지원하지 않고 그저 보건 위생의 이유로 처리해 버린다면, 우리는 6000여 명의 존엄을 지우는 것뿐 아니라 수많은 사별자의 '실감의 기회'를 빼앗게 됩니다.
장례식 한 번으로 애도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인사를 나눈 고양이의 부재를 소화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설령 부재를 소화하더라도 애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요.
그런 만큼 죽음을 실감할 기회는 중요합니다. 평생 끝나지 않을 과업인 애도를 시작하는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가 산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공영장례는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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