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딸 하나 생겼다 생각하세요"…결핵 치료, '동행'이 만든 완치 [명의열전]

김효경 2026. 4. 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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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민진수 교수·신혜지 간호사 인터뷰
결핵 환자 66% 감소에도 고령층 비중 62.5% ‘역대 최고’
약보다 중요한 설명·설득…지속 관리 중요성 커져
“결핵은 치료 아닌 ‘관리’로 완결되는 질환”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왼쪽)와 신혜지 간호사가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환자는 줄었지만, 치료는 더 어려워졌다.”

국내 결핵 발생은 장기적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감소 속도는 둔화되고 환자 구조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증상이 없는 ‘무증상 결핵’까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는 약 처방을 넘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관리’가 결핵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민진수 호흡기내과 교수는 “2011년 이후 국내 결핵 발생은 꾸준히 감소해 왔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며 “특히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감소 속도가 더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노인 결핵 관리가 훨씬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통계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4일 ‘제16회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5년 결핵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결핵 환자는 1만7070명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이는 결핵 환자가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5만491명)과 비교하면 66.2% 줄어든 수치다.

다만 환자 구조는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전체 결핵 환자 수는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환자는 전년보다 1.3%(135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환자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62.5%(1만669명)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상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기침, 가래, 미열, 체중 감소 등 전형적인 증상을 통해 결핵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결핵’이 적지 않다. 민 교수는 “수술 전 검사나 흉부 CT, 엑스레이 촬영 과정에서 초기 결핵이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신혜지·박성희·김은정 결핵관리전담간호사, 민진수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결핵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만, 그 과정은 환자에게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미 복용 중인 약이 많은 데다, 결핵 치료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커진다. 민 교수는 “결핵 치료는 통상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약 복용 자체가 힘들고 부작용도 적지 않다”며 “주변에 전염시켰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정신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전담간호사의 역할은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선다. 신혜지 서울성모병원 결핵관리전담간호사는 “결핵은 치료보다 관리라는 표현이 더 맞다”며 “환자가 약을 끝까지 잘 복용하도록 돕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 환자, 그중에서도 독거 환자에게는 사실상 ‘가족 같은 역할’까지 맡는다. 그는 “약 복용 방법이 복잡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아 약 봉투에 ‘월·수·금’처럼 직접 적어드리거나, 병원 1층에서 만나 검사실과 외래를 함께 안내하기도 한다”며 “환자분들께는 ‘병원에 딸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연락하라’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의 경계를 넘는 지원도 이어진다. 약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119를 대신 불러주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수차례 설득해 다시 외래로 연결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는 “결핵은 병 자체보다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려운 질환”이라며 “환자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계속 붙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핵은 여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그 완치까지 가는 길에는 약 처방을 넘어선 설명과 설득, 연계와 돌봄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서울성모병원 현장은 보여주고 있다. 민 교수 역시 “결핵은 약 처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누군가 옆에서 계속 설명하고 확인해줘야 치료가 완결된다. 그래서 치료가 아니라 ‘관리’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결핵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오해는 여전히 큰 장벽이다. 신 간호사는 “환자들이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중단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결핵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두 사람은 향후 결핵 관리의 핵심 과제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꼽았다. 민 교수는 “환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관리 체계를 약화시키면 다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령층 관리, 잠복결핵 예방치료 확대, 조기 발견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간호사 역시 “결핵은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치료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으면 혼자 버티지 말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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