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계열사 숨기고 돈 몰아주고…재벌 시장왜곡 드러나
내부검토 과정서 법무·회계법인 통한 리스크 확인 정황도
회사 측 “사실과 달라” 반발...법적 대응 절차 예고

건설·유통 기업 HDC그룹이 망해가는 계열사를 자금 지원을 통해 살려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열사를 누락 공시 규제를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 시장 질서를 흔드는 재벌 총수 일가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재벌 구조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HDC㈜(에이치디씨)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한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계열사인 HDC아이파크몰㈜에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71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아이파크몰은 용산 민자역사 개발을 기반으로 한 복합쇼핑몰 사업자로, 2004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초기 상권 형성이 늦어지면서 2005년 기준 점포 입점률이 68%에 그쳤다. 이로 인해 같은 해 영업손실 61억원, 당기순손실 215억원을 기록했다. 미수금 404억원과 미지급 공사대금 962억원이 쌓이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같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아이파크몰은 임대 중심 구조에서 직영매장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려 했지만 필요한 360억원 규모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임대차와 운영위임을 결합한 HDC와의 일괄 거래(패키지딜) 방식의 계약이었다. HDC는 2006년 아이파크몰 일부 매장을 보증금 360억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해당 매장을 다시 아이파크몰에 맡겨 운영하게 하고, 수익을 배분받는 운영관리 위임계약을 맺었다.
겉으로 보면 임대차와 위임계약이 결합된 거래였지만, 실제 돈의 흐름은 달랐다. HDC는 보증금 형태로 자금을 넣고, 아이파크몰은 매장을 계속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만 사용수익 명목으로 지급했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위임료와 상계되면서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이파크몰은 300억원대 자금을 장기간 확보하고도 연평균 1억500만원의 사용수익만 지급했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약 0.3% 수준으로, 일반적인 시장금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구조는 202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국세청이 해당 거래를 우회적인 자금대여로 보고 과세하자, HDC는 형식을 자금대여 계약으로 바꿨지만 저금리 지원은 2023년까지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임대차로 위장된 우회적인 자금대여’를 통해 아이파크몰이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자금을 활용해 생존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실제 아이파크몰은 2011년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2014년 흑자로 전환한 뒤 사업을 확대하며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시장에서 퇴출될 기업을 저금리와 같은 부당한 지원을 통해서 살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영업 유지 자체가 어려웠을 상황에서 경쟁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 공정한 경쟁 질서가 훼손됐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내부거래가 아니라, 임대차 계약 형식을 활용해 자금 지원을 숨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의 직접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개인 고발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해당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검토 문건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통해 자금대여 성격 여부를 검토한 정황도 드러났다.

숨겨진 계열사 20곳…고의 누락 의혹
HDC를 둘러싸고 부당 자금 지원 논란에 더해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도 불거졌다. 앞서 정몽규 HDC 회장은 동생과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 20개를 소속 회사 현황에서 빠뜨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 검찰은 벌금 1억5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는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을 청구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 없이 확정된다.
정 회장은 2006년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이후, 2021년부터 4년 동안 지정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 등 총 20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지주회사인 HDC 대표이사로 장기간 재직하며 계열사 현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이를 누락했다며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이 상임위원은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C는 부당 자금 지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위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거래가 부당지원이 아니라 공실 위기 속 상가 수분양권자와 소상공인 보호, 상권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번 처분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차 석유 최고가격, 2차와 동일…10일부터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 유지
- 휴전 하루만에…세계 원유 길목 또 멈췄다
- 李대통령 “고용 불안정에 대한 보상 필요…비정규직 보수 더 많아야”
- 김남국 안산갑 출마…혁신당 ‘귀책 책임론’에 선 그어
- 허가만 넣어도 OK...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막판 탈출구
- 의료현장 마비될라…정부·의료계·업계, 의료제품 수급 불안정 총력 대응
- 오월드 탈출 ‘늑구’ 추적 이틀째…청주서 목격 신고
- 휴전 합의 했지만 美 병력 그대로…트럼프 “미이행 시 강력한 ‘사격’”
- 종합특검, 박상용 검사 피의자 입건·출국금지…‘진술 회유 의혹’ 수사 확대
- “환골탈태 수준 쇄신하라”…정부, 통신3사에 ‘보안·요금·AI 투자’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