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악역' 정지훈, 이렇게 어울릴 줄이야

양형석 2026. 4.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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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사냥개들2>에서 백정 역으로 데뷔 첫 악역 연기 도전한 정지훈

[양형석 기자]

(* 이 기사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23년에 공개돼 1억6400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이 지난 3일 2년 10개월 만에 시즌2를 공개했다(넷플릭스 TOP10 집계 기준). 시즌1을 기준으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즌2는 WBC 슈퍼미들급 세계 챔피언이 된 김건우(우도환 분)가 글로벌 불법 복싱리그의 타깃이 돼 홍우진(이상이 분)과 손을 잡고 케이지에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드라마다.

시즌1이 공개 6일 만에 22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세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시즌2 역시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 실제로 <사냥개들2>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올랐고 3일 만에 16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TV 쇼 부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7일까지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오른 작품은 미국의 하이틴 로맨스 <엑스오, 키티> 시즌3다).

<사냥개들2>는 다소 평면적인 스토리에도 화려하면서 통쾌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볼거리들을 선사한다. 주인공 우도환과 이상이부터 최시원, 최영준, 박훈, 박예니, 황찬성, 이시언, 태원석, 강민아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돋보였다. 특히 '메인빌런' 임백정을 연기한 정지훈은 데뷔 첫 악역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가수와 배우로 전성기 달리다 할리우드 진출까지
 정지훈은 2009년 <닌자 어쌔신>을 통해 동양 배우로선 드물게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1998년 6인조 보이그룹 '팬클럽'으로 데뷔한 정지훈은 박진영의 눈에 띄어 JYP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박지윤의 백댄서로 활동하다 2002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데뷔곡 <나쁜 남자>는 월드컵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후속곡 <안녕이란 말 대신>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음악방송 1위를 기록했고 <천생연분>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 캐스팅 됐다가 출연이 무산된 정지훈은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고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크게 히트하면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04년 드라마 <풀하우스>가 40.2%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한류스타로 급부상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2006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하기도 했다.

가수와 배우로 국내에서 전성기를 달리던 정지훈은 2008년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후에 자매가 된다)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태조 토고칸 역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이 영화에는 GOD의 박준형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1억4000만 달러의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스피드 레이서>는 세계적으로 5800만 달러의 성적에 그치며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정지훈은 <스피드 레이서>의 흥행이 실패했음에도 곧바로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을 맡았다. <닌자 어쌔씬>은 세계적으로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134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0년 드라마 <도망자 Plan.B>에 출연한 정지훈은 2012년 항공영화 <R2B: 리턴 투 베이스>가 혹평 속에 손익분기점을 채우지 못하며 주춤했다.

2011년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정지훈은 2014년 6집 앨범 <La Song>dl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했고 2016년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도 <태양의 후예>라는 강적을 만나 2.6%의 아쉬운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훗날 재평가 되긴 했지만 2017년 연말에 발표한 미니앨범 타이틀곡 <깡>은 발매 당시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슈퍼스타 비의 몰락'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다.

악랄하고 잔인한 빌런 백정 역 찰떡 소화
 정지훈이 7년 만에 출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관객들의 혹평 속에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깡> 이후 활동이 뜸한 듯 했던 정지훈은 2019년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통해 복귀했다. 정지훈이 한국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R2B: 리턴 투 베이스> 이후 7년 만이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1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용기 있게 할리우드 대작 <캡틴 마블>과 맞대결을 벌였지만 전국 17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 참패했고 정지훈은 배우로서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정지훈은 2020년 <깡>이 뒤늦게 역주행했고 같은 해 유재석, 이효리와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가 크게 히트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정지훈은 2022년 드라마 <고스트 닥터>가 최고 시청률 7.95%를 기록하며 배우로서도 재기에 성공했고 2024년에는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에서 청와대 경호원 출신으로 나우재단 이사장 오수완(김하늘 분)을 경호하는 서도윤을 연기했다.

솔로 가수로 가지고 있는 높은 인지도에 비하면 초기작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이후 배우로서의 필모그라피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던 정지훈은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2>에서 데뷔 후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사냥개들2>에서 정지훈이 연기한 백정은 2014년 아시안게임 복싱 라이트헤비급 은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어둠의 세계에 들어와 글로벌 불법 복싱리그 'IKFC'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백정은 주인공과 대립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다른 악역들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악랄하고 잔인한 면모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악인이다. 실제로 백정은 극 중에서 건우와 타이틀전을 치렀던 아딕 벨로프부터 돈을 받으러 온 MZ조폭, 그리고 마지막 회에선 자신의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가 경찰 쪽에 붙은 윤태검(황찬성 분)까지 잔인하게 살해한다.

사실 극 중에서 비중이 높으면서 대놓고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년이 넘는 연기 경력 동안 악역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배우에게 악역 연기는 더욱 부담스러울 테다. 하지만 정지훈은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악인 백정 역을 잘 소화하면서 <사냥개들2>의 빌런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다. 정지훈을 <사냥개들2>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지훈은 <사냥개들2>에서 불법 복싱리그를 운영하는 악랄한 빌런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 넷플릭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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