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월 해외투자 3배 폭증…서학개미는 40% 급감

박세환 2026. 4. 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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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달성

지난 2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가 전달보다 3배 가까이 폭증한 반면,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는 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69.50원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달러 수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개인 투자자보다 더 두드러진 것으로 해석된다.

8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는 42억748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월(16억1830만달러)에 비해 164% 증가한 규모다. 한 달 만에 2.6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는 국민연금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반면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57억1020만달러에서 35억6510만달러로 40% 가량 감소했다. 비금융기업등은 통상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이른바 서학개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서학개미의 2배를 웃돌았다. 반면 지난 1월에는 서학개미 투자액이 폭증했다가 한 달 만에 또 다시 국민연금이 서학개미를 압도한 것이다.

지난 2월 원·달러 환율은 한달 내내 1420~1460원 안팎 수준에서 등락했다. 한달 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외환 시장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강해진 것이다. 2월 말 발생한 미국·이란 전쟁 여파는 이번 지표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외환당국 등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내놨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기존 38.9%에서 37.2%로 1.7%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 조치로 해외투자 확대 규모가 약 180억달러(약 27조원) 줄고, 그만큼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다만 실제로는 2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액이 오히려 크게 늘면서 자산 배분 계획의 조정이 단기간에 외환시장 수급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해외주식 비중 축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2월 흐름만 놓고 보면 환율에 미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보다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한편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2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반면 수입 증가세는 4% 수준에 머물면서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4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흑자다. 동시에 경상수지는 34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연속 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올해 들어 누적 흑자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1~2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64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3.7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번 경상수지 개선은 사실상 상품수지가 주도했다. 2월 상품수지 흑자는 233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89억8000만달러보다 2.6배 확대됐다. 이 역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수출은 703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9.9% 증가했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통관 기준 품목별로는 컴퓨터주변기기 수출이 183.6% 급증했다. 반도체도 157.9% 늘었고 무선통신기기 역시 23.0%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는 22.9% 감소했고, 기계류·정밀기기와 화학공업제품도 각각 13.5%, 7.4%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54.6% 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 수출은 34.1%, 미국 수출은 28.5% 증가했다.

수입은 47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석유제품(-21.0%), 원유(-11.4%), 화학공업제품(-5.7%) 등 원자재 수입이 2.0%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 2월 말 발생한 이란 전쟁 여파가 아직 수입 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은 정보통신기기(53.8%), 반도체제조장비(34.2%), 반도체(19.1%) 등을 중심으로 16.7% 늘었다. 소비재 수입도 금(46.2%)과 승용차(58.6%)를 중심으로 13.6%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1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달 33억8000만달러, 전달 38억달러와 비교해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는 12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전달 적자 규모가 17억4000만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적자 폭이 축소된 셈이다.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지나면서 출국자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월 27억2000만달러에서 2월 24억8000만달러로 줄었다. 해외 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감소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도 같은 기간 23억달러에서 19억8000만달러로 축소됐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2월 중 228억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8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9억4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86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 부문을 중심으로 119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 영향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감소 폭은 132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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