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복제 못한 '마지막 2%', 그 손끝의 존엄을 향하여

오성훈 2026. 4. 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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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특별시 기능경기대회 참관기] 땀으로 새긴 기술, 기계가 넘지 못한 경계

[오성훈 기자]

▲ 서울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디자인·애니메이션 경기장 전경 정적이 흐르는 관중석의 분위기와 달리, 아래 경기장에서는 마우스와 펜 태블릿을 쥔 선수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0.1mm의 선 하나, 색채의 미묘한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의 감각이다. 로봇이 복제할 수 없다는 '마지막 2%'의 미학이 이곳 선수들의 모니터 위에서 실시간으로 빚어지고 있다.
ⓒ 오성훈
지난 6일, 서울공업고등학교 제1경기장. 드넓은 체육관 관중석에서 귀빈들을 안내하는 안내자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리지 않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체육관에 차려진 그래픽디자인, 제품디자인, 애니메이션 직종 선수들의 빠른 손끝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2026년도 서울특별시 기능경기대회'의 막이 올랐다. 51개 직종, 392명의 젊은 기능인들이 오는 8월 인천에서 열릴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권을 두고 그간 갈고닦은 감각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수연 서울특별시 경제실장은 의미심장한 일화를 전했다. 은퇴한 명장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강남구 로봇 테스트필드에서 진행된 실험 이야기였다. 장인의 주전자 만드는 정교한 움직임을 데이터화해 로봇에게 학습시켜 보았으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로봇이 외형은 어느 정도 흉내 냈지만, 결국 마지막 2%의 미세한 완성도는 사람의 손길 없이는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코드를 짜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라 할지라도, 예측 불가능한 현장의 변수를 읽어내는 정밀한 시공과 숙련된 감각은 여전히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성역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선배 명장의 걱정과 '기술'의 재정의

참관 행사 중 가장 마음을 울린 것은 서완석 대한민국명장회 회장의 축사였다. 그는 화려한 수식어 대신 경기장의 온도를 걱정했다. 기능인은 손끝의 감각이 예민해야 하는데, 4월의 꽃샘추위가 혹여 후배들의 손가락 끝을 굳게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선배의 마음이 전해졌다. 기술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 새겨지는 것이며, 그 몸을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사람을 향한 따뜻한 애정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공업고등학교 강상욱 교장의 제안도 묵직했다. 그는 '기능'이라는 단어에 갇힌 낡은 이미지를 벗겨내고, 첨단 산업을 포괄하는 새로운 명칭으로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금형, 용접 같은 뿌리기술부터 모바일로보틱스, 산업용 드론 제어, 사이버 보안 등 미래 첨단 산업까지 아우르며 서울의 산업 생태계를 견인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숙련기술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다.
▲ 서울공업고등학교 본관동 2026년도 서울특별시 기능경기대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 오성훈
거센 파도에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존엄의 뿌리'

나는 평소 직업계고 아이들의 삶을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바위에 매달리는 '따개비'에 비유하곤 한다. 학력 자본이 계급이 된 사회에서 기술을 선택한 아이들은,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 따개비처럼 위태로운 생존 투쟁을 벌인다. 거센 파도가 지나고 나면 그들 앞에 남는 것은 때로 차갑고 날카로운 바위의 모서리뿐이지만, 아이들은 그 척박한 바위 틈에서도 기어이 자리를 잡아내며 자신의 생을 지탱해낸다.

오늘 경기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눈빛은 바로 그 따개비의 것이었다. 서울로봇고에서 출전한 8명의 학생을 비롯해 392명의 청춘은 자신들이 연마한 기술이 곧 자신의 정체성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연령과 학력의 장벽을 허물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완전한 기회의 장이다.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자격증 면제 혜택을 넘어, 세계 무대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제공된다. 그들에게 기술은 차별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인 셈이다.

'말의 성찬'을 넘어 실질적인 지원으로

화려한 축사와 격려의 말들이 그저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냉정한 자성이 필요하다. 최근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서울의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강조한 기술의 가치가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으려면, 직업계고의 '전공심화동아리(기능반)'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고졸 취업자가 유리천장에 막히지 않고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자리에서 방관자로 머무는 것은 곧 현실에 동조하는 일이다. 하워드 진의 말처럼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의 자리는 없다." 직업교육의 현장을 지키는 직업계고 교사들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특별시 등 서울의 숙련기술 향상을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은 아이들이 딛고 선 차가운 바위를 따뜻한 흙으로 바꾸어주는 일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34년 차 교사로서, 나는 오늘 경기장에서 희망을 보았다. 로봇이 복제할 수 없는 마지막 2%를 채우기 위해 땀 흘리는 아이들. 그들의 정직한 노동이 대접받는 사회를 꿈꾸며, 인천 전국대회를 발판 삼아 세계로 향하는 그들의 뜨거운 레이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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