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보여준 시간의 다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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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만나고 나서야, 내가 당연하게 믿어온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연재는 시간, 역사, 경계, 가치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개념들을 다시 묻는 시도다.
아프리카를 통해 보게 된 이 시간의 구조는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형태와 방식의 조급한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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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만나고 나서야, 내가 당연하게 믿어온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연재는 시간, 역사, 경계, 가치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개념들을 다시 묻는 시도다. <기자말>
[이정화 기자]
과거-현재-미래라는 단절적인 시간관 상에서 역사는 흐르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다는 인식. 이것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 가령, 인종·계급·젠더적 위계, 국민 국가 개념에 의한 난민과 이주민 억압, 자연 파괴 및 기후 위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모순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것이니까.
구체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은 연재로 풀어낼 생각이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과거는 형태를 바꾸어 오늘 속에 스며들어 있다. 노예 무역은 끝났지만, 사람을 값으로 매기던 사고방식은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살아 있다. 유럽이라는 작은 대륙의 필요로 만들어졌던 경계선은 그대로 국가의 경계가 되었다. 국제 개발 기준은 여전히 서구의 시간표를 따라 설정된다.
그래서 어떤 지역의 '문제'를 오늘의 상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빈곤, 부패, 불평등 같은 말들은 마치 그 지역의 고유한 결함처럼 들리지만, 실은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의 그림자다. 과거의 폭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존재한다.
누군가의 풍요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고, 어떤 사회의 '성공'은 다른 사회의 '실패'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분명히 그 구조에는 나, 우리 사회 또한 '연루되어 있다'(이 내용은 연재 전반에 걸쳐 차차 설명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나라가 뒤처져서', '그 문화가 미개해서'라는 식의 언어로 쉽게 말한다. 그런 말 속에는 여전히 시간의 위계가 숨어 있다.
아프리카를 만나고 공부하면서 나는 그런 시선을 수없이 마주했다. '왜 그들은 발전하지 못하냐'는 질문은 흔했지만, '누가 그 발전의 잣대를 만들었는가', '그 발전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뒤처짐'은 게으름이나 무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쉽사리 나의 언어로 평가한 것일 뿐이다. 어떤 부족함은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질서일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문제는 아프리카의 '오늘'이 아니라, 그 '오늘'을 그렇게 보도록 만든 우리의 시선임을 알게 된다.
아프리카를 통해 보게 된 이 시간의 구조는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오늘의 문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을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위를 읽어내는 일이다. 나에게 아프리카는 그 층위를 드러내는 거대한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을 통해 본 한국의 오늘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다른 형태와 방식의 조급한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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