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습과 흡사한 영화 장면... 무엇이 우릴 사람답게 하나
[오길영 기자]
가족은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인간 공동체다. 정체성의 기초를 형성한다. 하지만 가족의 가치를 앞세우는 가족주의(familism)는 가족과 동일시될 수 없는, 근대적인 이데올로기이다. 근대 이전 사회에서 가족은 생존과 재생산의 단위였다. 개인의 정체성은 가족보다는 신분, 종교, 지역 공동체에 더 깊이 연결되었다.
가족주의는 가족의 전통적 기능이 약화한 근대 사회에서 등장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확인하는 사실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가족을 자본주의 생산 단위에서 밀어냈다. 근대 개인주의와 국가 제도의 확장은 혈연 공동체의 역할을 축소했다. 그런 축소의 과정에서 가족은 역설적으로 개인의 삶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안전망, 정서적 안식처로 이상화된다. 많은 문학 작품, 영화, 드라마가 보여주는 가족주의 신화의 탄생이다.
근대적 가족주의는 국가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한 불안과 위험을 가족에게로 떠넘긴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돌봄, 빈곤, 불평등을 가족의 책임으로 돌린다. 그럴 때 가족은 보호의 공간이자 압박의 감옥이 된다. 애증의 대상이 된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선택은 제한되고, 가족 내부의 불평등과 폭력은 쉽게 은폐된다.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 없는 갈등과 충돌을 억누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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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바타: 불과 재> 공식 포스터. |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아바타 3>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2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늘 사람(지구인)과 판도라 원주민의 대립 구도에 새롭게 등장한 재의 부족 망콴, 그 지도자 바랑(우나 채프린)이 개입하면서 갈등 양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판도라 행성 부족이 모두 판도라의 위대한 어머니 에이와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역시 짐작 가능한 이야기다. 망콴 부족이 개입해서 좀 더 플롯이 복잡해지긴 했으나, 결국은 단순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해결된다.
여러 평자가 지적했듯이, 아바타 시리즈를 끌고 가는 핵심 서사는 낯익다. 미국 서부 개척기 혹은 서부 약탈 시기 백인 원주민 대립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판도라 원주민의 모습과 생활 방식이 그렇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원주민의 관점으로 사태를 보려는 수정주의 서부극 영화의 SF 판본이다. 그리고 1편부터 3편에 이어지는 판도라를 점령하려는 인류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우리는 지금 진행중인 불법적인 이란 침공에서 확인하는 중이다. 제국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3편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2편에서 씨가 뿌려진 가족 분열의 전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가족의 관계 묘사에 공을 들인 부분이다. <아바타3>는 2편에 나온 첫째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설리 가족이 겪는 내적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네테이얌의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아들의 죽음에 인간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 네이티리는 자신의 분노를 입양한 인간 아이인 스파이더에게 돌린다. 피가 섞인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역전된 인종주의가 작동한다. 제이크는 네이티리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가족으로 받아들인 스파이더를 지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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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바타: 불과 재>의 한 장면. |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낡아빠진 시리즈에 생기 불어넣는 독특한 관점, <프레데터>
독특한 관점에서 쓴 각색이 어떻게 낡아진 시리즈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아바타3>가 보여주는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프레데터>의 이전 시리즈가 보여주듯이, 이런 외계인 영화는 기본적으로 다른 존재인 인간-외계인(프레데터)의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인간의 편에서 이야기가 짜인다. 당연하다. 관객이 인간이므로 인간 캐릭터에 동일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대립 구도에서 선한 인간은 약하고, 악한 외계인은 강하다. 그래서 외계 존재는 프레데터(약탈자)가 된다. 그런데 <죽음의 땅>은 이런 상투적인 구도를 뒤집어서 프레데터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프레데터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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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레데터 : 죽음의 땅> 스틸컷 |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이런 태도는 야우차가 가진 고도의 문명 수준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야우차는 약한 가족/부족 구성원은 제거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자는 구해주지 않는다. 야우차 부족에게 "나약함을 용서하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된다. 나는 이런 장면에서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확인하는 힘의 논리와 불한당의 관점을 확인한다. 불한당에게 법과 윤리는 의미 없다. 오직 힘의 지배만이 중요하다.
주인공 덱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우차 부족에서 도태의 대상이다. 그는 체구가 종족 평균보다 기형일 정도로 작고 영화의 첫 장면이 보여주듯이 전투력도 모자란다. 한마디로 실패자(loser)이다. 덱은 자신의 가치를 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야우차 부족이 두려워하는,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행성으로 막강한 생명체인 칼리스크를 사냥하기 위해 떠난다.
<죽음의 땅>은 거기에서 덱이 겪는 위험과 싸움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플롯, 서사, 캐릭터 설정, 주제 의식, 액션 구성이 모두 인상적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덱이 복수를 이루고 자신의 독립성을 외치는 장면은 통괘하다. 이미지, 음향, 음악도 훌륭하다. 이미 알려진 시리즈를 뒤틀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감독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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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레데터: 죽음의 땅 |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늑대의 리더는 살육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무리를 잘 지켜줘서 리더"라는 티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덱은 깨닫게 된다. 티아는 "다른 생물체를 이해하려면 감수성이 필요하다"면서 감수성이 갖는 힘을 강조한다. 역시 자신과 다른 존재를 무조건 말살하려는 제국주의적 시각과는 반대되는 태도다. 그래서 서로 이질적 존재였던 덱, 티아, 버드가 구성하는 새로운 가족과 부족의 탄생을 보여주는 영화의 결말이 도드라진다.
결국, 우리가 SF 영화에서 발견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금, 이곳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가족과 공동체와 사회의 모습이다. 국제 관계의 모습이다. 혐오와 적대와 말살의 시각이 아니라 이해와 협력과 공존이 우리를 사람답게 살게 만든다는 진실을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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