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지자체도 안 따른다…외면받는 인권위 권고

이찬희 2026. 4. 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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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A고등학교는 등·하교 시 또는 실내에서 크록스 등 슬리퍼를 착용하다 적발된 학생에게 벌점과 징계를 부과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9월 "복장 위반 등 경미한 사안은 징계가 아닌 지도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B고등학교에 염색·화장 등 용모 제한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하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 학교는 기준만 완화했을 뿐 벌점 부과 방식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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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서 “현실과 동떨어져” 지적도

경기도 A고등학교는 등·하교 시 또는 실내에서 크록스 등 슬리퍼를 착용하다 적발된 학생에게 벌점과 징계를 부과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9월 “복장 위반 등 경미한 사안은 징계가 아닌 지도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학교는 권고 이후에도 위반 누적 횟수에 따라 징계처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B고등학교에 염색·화장 등 용모 제한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하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 학교는 기준만 완화했을 뿐 벌점 부과 방식은 유지했다. 2024년 부산 C중학교는 인권위의 두발 규제 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D중학교 역시 인권위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 규정 중단 권고를 ‘교육상 필요’를 이유로 불수용했다.

이처럼 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학교 등 기관에서 권고를 불수용하거나 일부만 수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서도 권고 불수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권위는 수영장의 만 6세 이하 아동 출입을 전면 제한한 지자체 문화복지회관과 17세 이하 입주민의 헬스장 출입을 제한한 아파트에 대해 차별 시정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팡 역시 외국인 배송사원 채용 확대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2024년 기준 인권위 권고 중 해당 기관에서 수용 여부를 확정한 140건 가운데 44건(31.4%)이 일부 수용 및 불수용으로 분류됐다. 8일 국민일보가 2020년부터 5년간 인권침해 진정사건에 대한 인권위 권고의 수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20~40%가 부분적으로만 수용되거나 아예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인권위의 구조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정책과 관행의 개선을 권고할 수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권고를 받은 기관은 90일 이내 이행계획을 통지하거나 불이행 사유를 설명하면 되고, 이후에도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별도의 제재는 없다. 권고거부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다.

학교나 행정기관 등에서는 인권위 권고가 인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서울에서 고교 교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인권위 권고가 학생 인권 위주로만 접근하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실적 문제들과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 권고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는 대상기관이 전향적인 결정을 통해 수용할 때 의미가 큰데, 권고에 강제력이 생기면 전향적 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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