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젬마4, 라이선스 빗장 풀었다…SW 개발툴 시장 ‘지각변동’ 오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개발자들 사이에서 AI 코딩툴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깃허브 코파일럿 유료 구독자는 약 470만명, 커서는 포춘 500대 기업 절반 이상이 도입했다. 매달 구독료를 내면서도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유지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선 이 유료 구독 모델을 두고 조심스러운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이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오픈소스 AI 모델 ‘젬마4’ 때문이다.
젬마4는 이펙티브 2B·4B(E2B·E4B) 경량 모델부터 26B 혼합전문가(MoE), 31B 덴스 모델까지 총 4종으로 구성됐다. 31B 모델은 오픈 모델 글로벌 성능 순위 3위에 올랐다. 업계가 성능보다 더 주목한 건 라이선스다.
젬마4는 ‘아파치2.0’으로 공개됐는데 이는 모델을 가져다 상업용 서비스에 쓰거나 자체적으로 개조해 배포하더라도 별도 허가나 계약이 필요 없는 완전 개방형 라이선스다. 기존 젬마 시리즈는 구글 독자 약관에 묶여 있었고 메타 라마도 일정 규모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에는 별도 허가를 요구하는 라이선스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소스 AI 모델 시장에서 이 같은 완전 개방형 라이선스를 먼저 채택한 건 중국 진영이었다. 딥시크, 큐웬 등 중국 모델들은 아파치2.0 또는 이에 준하는 개방형 라이선스를 앞세워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해왔다. 구글은 그동안 독자 약관을 고수하다 이번에 같은 기준에 합류한 셈이다.
라이선스 불확실성과 API 비용 부담은 그간 국내 대기업·중견 IT 부서에서 오픈소스 모델 도입을 미뤄온 주요 이유였다. 젬마4의 아파치2.0 전환은 이 두 가지 걸림돌을 동시에 걷어낸다. 국내 오픈소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산 모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라 성능이 비슷하더라도 채택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구글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도입 검토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선스 개방과 맞물려 이번 모델의 경량화 수준도 업계 관심을 끌었다. E2B·E4B 모델은 스마트폰 수준의 단말에서 클라우드 연결 없이 구동되는 만큼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아도 되는 온프레미스 환경 구축이 가능해진다. 그간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클라우드 AI 도입을 꺼려온 기업들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조성수 오픈인프라 한국 사용자 모임 대표는 “굳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추론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방향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에 갖고 있는 서버 자원이나 중저가 인프라만으로도 온프레미스 AI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유료 소프트웨어(SW) 개발툴 시장의 즉각적인 변화보다는 AI 접근 자체가 막혀 있던 영역의 확장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 개발툴은 거대언어모델(LLM) 자체보다 에이전트 모드처럼 고급 기능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젬마4 등장으로 상용 개발툴 시장이 곧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망분리 환경처럼 폐쇄적 환경에선 젬마4 기반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게 될 수 있어 지금까지 AI를 쓰지 못했던 영역까지 개발 환경이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개발툴 시장과 달리 국내 SW 기업들이 체감하는 압박은 더 직접적이다. 한 국내 SW 기업 대표는 “빅테크 발전 속도를 보면 따라가기 쉽지 않고 자체 모델 개발에도 위협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자체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데이터에 희소성이 있다면 아무리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흉내 내기 어렵다”며 생존 조건을 짚었다.
한 MSP 업계 관계자도 최근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SaaS의 종말)’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독립형 소프트웨어 위기감이 크지만, 계약 서명·결재·데이터 연동 등 기업 간 업무 흐름에 깊이 적용된 솔루션은 AI로 쉽게 걷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역량을 갖춘 기업에게는 이번 변화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오픈소스 업계 관계자는 “젬마4는 확실히 잘 나온 모델이지만 기존 개발툴들도 유사한 기능을 계속 내놓고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젬마4가 촉발한 변화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각 기업이 어떤 레이어에서 경쟁하고 있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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