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오른 비행기값…지난달 해외 장거리 여행상품 0건

#1. 부산 금정구에 사는 김나영(38)씨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4월쯤 태국 방콕에 갈 예정이었지만 최근 계획을 접었다. 항공권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방콕 직항 비행편도 크게 줄었고 그나마 남은 비행기값도 2.5배는 비싸진 것 같다”며 “미국이나 유럽 해외여행도 가봤지만 이렇게까지 가격이 부담된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 5월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던 김연수(35)씨도 중동 전쟁이 터진 뒤 왕복 항공권 가격이 100만원 넘게 오르자 일정을 바꿨다. 김씨는 “환율 상승으로 가뜩이나 환전 부담도 커졌는데 항공권까지 올라 여행을 포기하게 됐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국내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를 가려고 호텔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기조에 중동 발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도 변하고 있다. 여행·홈쇼핑 업계는 변화를 체감하고 급하게 상품을 재편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7일 달러대비 원화가치는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기준 1504.2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중순 1300원대였다가 9월부터 1400원을 넘긴 환율은 최근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크게 올라 4월 국제선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지난달 대비 최대 3배까지 뛰었다. 유류할증료란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수요 변화가 뚜렷하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 장거리 여행 수요는 줄고, 국내 여행과 일본 등 단거리 해외여행이 늘어났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 따르면 통상 홈쇼핑에서 월 10여건 정도 편성되던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상품은 지난달 한 건도 편성하지 않았다. 롯데홈쇼핑도 2월 28일 중동사태 발생 후 3월 해외여행 상담 건수가 평년보다 10% 감소했다. 반면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여행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규모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라이브쇼핑 관계자는 “고환율·고유가에 국제정세 불안이 겹쳐 장거리 여행 수요가 크게 줄었고, 예약 가능한 건들도 취소가 가능하다면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대신 지난달 국내 여행 편성은 18%, 단거리 해외여행은 33% 늘어나 관련 신규 상품을 계속 발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영향으로 내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 증가 흐름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내국인의 해외여행 경험률은 4.8%로 전년 동기(4.7%)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여행 경험률은 51.9%로 나타나 전년 동기(47.9%)대비 4.0%포인트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지정학적·금융 불안이 이어질 경우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업계 전반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은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환율과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소비자의 여행심리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업계가 대안으로 국내 관광 상품을 활성화하며 손해를 상쇄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코로나 19 때보다 더 큰 위기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유림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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