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 걸린 회장님 ‘어록’…MZ들 수백만 번 다시보는 이유

“마음의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큰 나무가 된다.”
수원역 인근 대형 간판에 쓰인 이 문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어록이다. 근처 또 다른 건물에도 SK그룹 선대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의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문학 작품이 아닌 기업인이 한 말이 도시 한복판에 등장한 것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온라인 공간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1세대 기업가들의 어록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수원역과 시청 인근 등 주요 거점 2곳에 ‘수원희망글판’을 설치하고 SK 창업가 어록을 게시했다. 지자체가 시민 참여 문구 대신 기업가의 말을 전면에 내건 사례는 드물다.
시는 4월 8일 SK 창립일을 계기로 수원에서 시작한 기업의 성장사를 시민과 공유하고,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글판은 오는 5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실제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생전에 남긴 음성을 복원해 주요 회의 시작 전 재생하고 있다. 사업보고와 임원 회의, 구성원 간담회 등에서 녹음한 테이프를 디지털화한 자료다.
“플로피디스크는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20배 가치가 된다”
“좁은 사회에서 지연·학연·파벌을 만들면 안 된다”
수십 년 전 발언이지만 플랫폼 경제와 조직문화 변화 등 현재 경영 환경과도 닿아있다는 평가다. 한 계열사 사장은 “지금 들어도 경영전략 방향을 잡을 때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라고 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선 MZ세대의 관심이 뚜렷하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해봤어?”,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반도체 진출 결단 등을 다룬 영상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명언 소비를 넘어 산업화 과정과 당시 기업가의 판단 배경까지 짚어주는 콘텐트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청년들은 기업가의 생가와 기념관을 직접 찾기도 한다. 구인회(LG그룹)·신격호(롯데그룹)·박태준(포스코) 등 1세대 창업주의 발상지를 방문하며 기업가정신을 체험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재계는 이를 ‘불확실성 시대의 반작용’으로 해석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청년층이 과거 기업가들의 판단과 언어에서 방향성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시기에는 검증된 성공 경험에 관심이 높아진다”며 “기업가 어록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당시의 판단 기준과 철학이 압축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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