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배우마저 AI로 대체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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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활동을 즐기지 않는 나는 간혹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릴스'라는 짧은 영상을 보곤 했다.
그러나 AI가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중국 콘텐츠 제작사 야오커미디어는 AI 배우 린시옌·친링웨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작품 출연 등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영상 제작에 AI 배우를 쓸 때도 인간 배우 고용 때와 비슷한 비용을 노조에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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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활동을 즐기지 않는 나는 간혹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릴스’라는 짧은 영상을 보곤 했다. 동물이 나오는 릴스를 특히 좋아했다. 가령 천적에게 쫓기던 연약한 동물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 극적 장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러다 움직임이 어색한 어떤 영상을 보고 문득 깨달았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거였구나.’ 그때부터 흥미가 떨어졌다. 모든 게 가짜로 느껴진 탓이다.
생활 곳곳에 침투한 AI를 이제 더는 피할 길이 없어졌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게 관건인 세상이 됐다. 영상물 제작에 활용되는 AI는 컴퓨터그래픽(CG)과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 고도의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CG와 달리 누구나 간단한 명령어로 뚝딱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무서운 속도로 진화 중인 AI는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비용과 효율 면에서 명확한 강점을 지녔다. 지난해 개봉한 ‘중간계’는 국내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장편 영화였다. 강윤성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었다. “AI 기술은 영화의 창작 도구일 뿐 배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기계가 재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AI가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최근 배우 염혜란의 얼굴을 AI로 구현한 영화 ‘검침원’이 유튜브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염혜란의 표정과 몸짓, 목소리까지 정교하게 사용돼 언뜻 배우 본인이 직접 연기한 것처럼 보였다. 제작자는 “초상권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명시했으나, 소속사가 “협의한 적 없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영상을 내렸다. AI로 인한 배우 초상권 침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중국 배우 원정룽은 지난해 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초상권을 도용당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의 과거 출연 방송 등을 AI로 학습시켜 만든 ‘가짜 원정룽’이 상품 판매에 활용됐다는 주장이었다. 중국방송TV사회조직연합회 배우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배우의 초상·음성·이미지 사용 허가 및 수익 분배를 위한 산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기야 ‘AI 배우’도 등장했다. 중국 콘텐츠 제작사 야오커미디어는 AI 배우 린시옌·친링웨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작품 출연 등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인기 배우의 드라마 출연료가 작품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AI 배우는 비용 절감 및 리스크 관리 측면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다르지 않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리우드도 AI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최근 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등장하자 미국 배우·방송인조합은 “도둑질한 연기를 통해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의 예술적 가치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아울러 ‘틸리세’ 도입을 요구했다. 영상 제작에 AI 배우를 쓸 때도 인간 배우 고용 때와 비슷한 비용을 노조에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으로 유명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는 AI 도용을 막고자 자신의 모습과 음성 등 8건의 상표권 신청을 내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관련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AI 활용에 따른 초상권과 저작권, 부정경쟁 등에 대한 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올 초부터 ‘AI 기본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미흡한 세부 항목에 대한 수정·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공백은 사회 혼란을 키운다. AI가 이미 상용화돼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촘촘한 법규 정비와 사회·윤리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권남영 문화체육부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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