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눈’ 붙이던 노동자들… AI에 쫓겨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공지능(AI)에게 현실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줬던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들이 역설적이게도 고도화된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기술 성장의 토대를 닦았던 저숙련 노동 영역도 빠르게 AI로 대체되면서, 교육 수준에 따른 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촌 여성·경단녀·장애인 등 피해
고숙련자 요구… 고용 양극화 심화

인공지능(AI)에게 현실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줬던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들이 역설적이게도 고도화된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기술 성장의 토대를 닦았던 저숙련 노동 영역도 빠르게 AI로 대체되면서, 교육 수준에 따른 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산간 도시 퉁런에서는 2019년부터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건물, 신호등, 도로, 보도 등 이미지를 분류하고 주석을 다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에 투입됐다. 이는 AI 모델과 자율주행차 등이 현실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핵심 공정이었다.
해당 사업은 알리바바 그룹과 중국여성발전재단, 지방 정부가 추진한 빈곤 퇴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별도 기술 없이도 수행이 가능해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농촌 여성들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주목받았다. 사업 초기에는 지역 평균 연봉보다 약 35% 높은 5만4000위안(약 12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발달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머신러닝 모델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분류·라벨링하는 ‘AI 라벨링’ 기술이 고도화되며 인간이 설 자리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자 처우도 급격히 악화됐다. 퉁런의 한 작업장 인력은 50명에서 20명으로 줄었고 연봉은 약 2만1600위안까지 떨어졌다. 작업장 근무자 쉬 시는 “프로젝트 초기 몇 년 동안은 확정된 주문이 꽤 많았고 보조금과 급여도 상당히 후했다”며 “주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2년간 건당 가격(0.5위안)이 심각하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주로 하청 업체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부업 형태의 저임금 노동에 머물러 있다. 건당 평균 단가는 최저 10원 수준이다. 대량 임금 체불 문제도 발생한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데이터 라벨링 기업 ‘에이모’의 임금 체불 피해자 대책 모임에 참여한 인원만 190여명”이라며 “프로젝트 하나에 수백, 수천명이 투입되는 만큼 숨겨진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된 피해 계층은 40대 경력 단절 여성과 장애인이었다.

업무 진입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업계는 고난도 문서 해석, 코드 평가, 의료·법률 데이터 주석 작업 등 전문 지식을 갖춘 고숙련 노동자를 요구한다. 미국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서지AI는 오픈AI의 챗GPT에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약 3000~4000명의 전문직 프리랜서를 고용했다. 의사 과학자 조종사 작곡가 기계공학자 등 다양한 직종이 포함됐다. 이들의 임금은 시간당 50~500달러에 달한다. AI 시대 교육 수준에 따른 고용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창옥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연구교수는 “AI 시대에는 고용보험을 단순 소득보장이 아닌 신흥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직무 역량 강화 및 재교육 시스템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역량 개발 의지를 가진 근로자가 학습·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조정권을 확보하고 임금 보상 연계를 통한 훈련 프로그램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포스코, 협력사 현장직 7000명 정규직 직접고용
- ‘미세 플라스틱’이 폐 망가뜨린다…“폐암 신호 활성화”
- ‘수습직원 추행 혐의’ 컬리 김슬아 남편 1심 징역형 집유
- [속보] 이 대통령, 추경 지원금 논란에 “포퓰리즘 결코 아냐”
- 서울 외곽 아파트 ‘키맞추기’… 3040 실수요, 노원·강서 싹쓸이
- 기름값 족쇄에… 정유사·대리점·주유소, 유통망 모두 아우성
- 9급 채용공고 내고, 자녀 5급 채용…서영대 총장 검찰 송치
- 뱃속 쌍둥이 사망·뇌손상… 대구 대형병원 7곳 임신부 거부
- 트럼프 “한국, 4만5000명 주한미군 주둔에도 우리 안 도와” 또 동맹 ‘갈라치기’
-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 사상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