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봉의 뉴스터치] 성전

폴리매스(polymath·다방면의 천재)였던 이탈리아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2015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지구촌의 큰 전쟁은 언제나 유일신 종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가령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두고 “원래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유럽의 야만족이 결국은 같은 신을 모시는 이슬람교도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일으킨 전쟁이라며 “신기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중앙일보에도 전문 게재된 에코의 글(2015년 4월 8일자 29면)은 그해 벽두 발생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을 미국의 전쟁 수뇌부가 기독교와 결부시키는 상황이다 보니 ‘파묘’해서 다시 보게 된다.

유일신교인 기독교 역사에 평화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의 핍박을 받던 초대 교회는 신약 성서에 따라 평화를 강조했다.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의 313년 기독교 공인(밀라노 칙령),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380년 기독교 국교화를 거치며 역설적으로 평화주의를 이른바 정당 전쟁론(Just War Theory)이 대체했다. 전쟁이 정당하고 불가피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전쟁론인데, 로마 제국의 보호를 받게 되면서 제국의 각종 전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기독교인들의 고뇌의 산물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이 소속됐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사부(師父)인 아우구스티누스가 정당 전쟁론을 정립했다.
가장 논쟁적인 성전(聖戰)은 상대방의 침략이 없어도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십자군 전쟁이 대표적이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평화주의·정당 전쟁·성전 가운데 정당 전쟁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톨릭도 교리서에서 ▶피해가 확실할 경우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등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어 정당 전쟁론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당 전쟁과 성전의 경계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분쟁은 대개 쌍방과실 아닌가. ‘미국이 십자군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시각은 성전을 부추긴다.
신준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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