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팀이 오라는데도 더 커서 가겠다는 18세

“축구 실력은 나이 순이 아니잖아요. 그라운드에서 어리다고 얕봤다간 큰코다칠 걸요.”
프로축구 FC서울의 ‘괴물 신인’ 손정범(19)이 자신감 가득한 표정과 함께 내놓은 첫 마디다. 서울은 올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무패(4승1무)를 달리며 K리그1(1부)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1983년 창단 이후 최초로 개막 4연승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구단 안팎에서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손정범은 ‘서울의 봄’을 활짝 열어 젖힌 주역 중 한 명이다. 서울 산하 유스팀 오산고 출신의 2007년생 막내지만, 김기동 서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주전 미드필더를 꿰찼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서울에서 신인 선수가 곧장 주전급으로 나서는 건 지난 2007시즌 기성용 이후 19년 만이다.
오산고 시절부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주목 받았다. 당당한 체격(1m84㎝)을 비롯해 스피드, 활동량, 슈팅, 패스, 축구 지능 등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육각형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다. K리그 무대에 합류한 이후에도 강한 압박과 거친 몸싸움을 너끈히 견뎌내며 구단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 빅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위권 클럽 본머스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서울 잔류를 택한 건 실력을 더 다진 뒤 도전하고 싶어서다.
데뷔 시즌 발자취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1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해 프로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어 치른 지난달 22일 광주FC와의 홈 경기에선 날카로운 헤딩으로 마수걸이 득점포까지 터뜨렸다. 상대 수비진의 느슨한 빈 틈을 순간적으로 파고든 뒤 큰 키를 이용해 껑충 솟아올라 머리로 마무리했다. 득점 직후 김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손정범은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다”면서 “롤 모델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잉글랜드)처럼 체격과 기술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저 ‘타고났다’고 치부하면 오산이다. 기대주 레벨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3형제 중 막내인 그에겐 성장 과정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두 개 있었다. 먼저 축구를 시작한 큰 형 손상범(24·은퇴)과 둘째 형 손승범(22·포항)이다. 손정범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형들의 속도와 경쟁할 자신만의 무기로 강력하고 정확도 높은 킥을 집중 연마했다. 학창시절 매일 팀 훈련을 마친 뒤 홀로 그라운드에 남아 슈팅 100개를 꼬박꼬박 채웠다는 그는 “하루 1~2시간씩 모으면 1년에 수백 시간이 쌓인다. 흘린 땀의 가치를 믿었다”면서 “킥이 좋아지면서 플레이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축구 인생의 청사진도 일찌감치 완성했다. 서울에서 우승 트로피와 영 플레이어상(신인상)을 거머쥔 뒤 축구대표팀에 발탁되고, 경쟁력을 인정 받으며 당당히 유럽 리그에 도전할 예정이다. 현재까진 순조롭다. 소속팀 서울이 시즌 초반 승승장구 중이고, 지난달에는 A대표팀의 바로 아래 단계인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뽑혔다. 오는 9월 열리는 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도 크다.
손정범은 “공격 포인트 2개를 올렸지만,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한 시즌에 공격 포인트 15개는 해야 성에 찰 것 같다. 그 정도면 팬들이 ‘K-벨링엄’으로 불러주시지 않을까”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리=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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