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달래다 금감원 자극’…한화솔루션, 유증 논란에 소액주주 3% 결집
소액주주 반발…결집률 3% 웃돌아
당국 ‘중점 심사’ 대상 결정…“유증 일정 차질·흥행 실패 가능성”도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태양광 투자 재원 마련을 내세운 회사가 발행주식수의 약 40%에 육박하는 기습 증자를 발표하자, 소액주주들이 3% 안팎의 지분을 모아 세력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계자의 부주의한 발언이 금융당국의 심사 강도를 한층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화솔루션 이사회와 경영진이 이번 유상증자 추진 배경과 자금 활용 계획, 지배구조 개선 방향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한화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2.62% 떨어진 3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에 연일 상승하며 52주 신고가인 5만9300원을 터치하기도 했던 주가가 유상증자 결정 이후 3만원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유증 결정…자금 대부분 차입금 상환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약 2조3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되며 기존 발행주식수의 약 4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1조50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 자금을 태양광 탠덤 셀·탑콘(TOPCon) 설비 투자 등 친환경 에너지 부문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발표 당일 한화솔루션 주가는 18% 넘게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유증 규모가 워낙 크고 기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영향이다. 또한 정기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정관 변경 이틀 만에 대규모 증자가 의결돼 ‘주총 직후 기습 유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이례적으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종전 4만7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약 13조원에 달하는데 1조5000억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하기 어렵다”며 “탠덤 양산과 TOPCon 셀라인 구축에 투입되는 9000억원은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투자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이전 4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보수적인 시각을 내놨다.

소액주주 반발…결집률 3% 웃돌아
한화솔루션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의 유상증자 결정에 반발하며 결집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한화솔루션에 집결한 소액주주의 의결권 비중은 3%를 소폭 웃돈다. 관련 법상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기준선인 3%를 확보하면서 소액주주들은 △임시 주총 소집 청구 △주주제안 △이사 및 감사 해임 청구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대항력을 갖추게 됐다. 이들은 △유상증자 규모 축소 △사외이사 해임과 이사회 책임 추궁 △경영진 교체 등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중점 심사와 절차 검증을 촉구하는 탄원도 진행 중이다.
한화솔루션 소액주주 측을 대리하는 천경득 변호사는 이번 유상증자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가 희석으로 재산권 침해를 입었다고 보는 주주들이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집단적 실력 행사’에 나선 셈이다. 거버넌스포럼 역시 이번 유증이 개인 주주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포럼 측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라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은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신임 이사들이 상당수인 점을 고려하면, 한화솔루션 독립이사들이 유상증자 결정을 하면서 과연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게 그 임무를 수행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불씨는 회사가 소액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마련한 주주 간담회에서 더 번졌다. 지난 3일 열린 간담회에서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증 전 금감원에 계획을 미리 말씀드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참석한 주주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유상증자 전에 금융감독원과 일정 부분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고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금감원은 즉각 “증권신고서 심사는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사전에 내용을 조율하거나 승인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며 사전 조율 의혹을 일축했다. 한화솔루션도 곧바로 “관계자가 표현을 잘못한 것”이라며 정 CFO 발언을 수습하는 한편, 해당 임원을 대기발령하는 등 인사 조치를 단행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당국 ‘중점 심사’ 대상 결정…“유증 일정 차질에 흥행 실패 가능성”도 제기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당국의 심사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이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를 증권신고서 ‘중점 심사’ 대상으로 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장에선 “앞으로 심사 과정에서 평소보다 깐깐한 현미경 검증과 정정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달래기용으로 내뱉은 CFO의 실언이 오히려 당국의 심사 칼날을 날카롭게 만든 부메랑이 됐다”며 “정정 요구가 반복될 경우 유상증자 일정 차질은 물론, 신뢰 훼손으로 흥행 실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중점심사는 오는 10일 마무리된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유증 관련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소액주주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며 “관련해서 회사 내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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