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 화재 조사한 경찰 “누군가 경보기 껐다”

대전 안전공업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화재경보기가 누군가에 의해 꺼진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키운 건물 내 2.5층(복층) 구조의 불법 증축물 역시 공장 곳곳에 설치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손주환 대표이사 등 안전공업 관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현재까지 총 107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사망자 9명이 발견된 동관 휴게공간의 복층 증축 공사를 한 업체도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했다.
조사를 받은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화재경보기가 울리다 바로 꺼졌다. 이후 대피방송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이 촬영한 공장 본관 내 화재경보기 제어설비 사진에도 사이렌·주경종·지구경종·대피방송과 관련된 4개의 스위치가 있었지만 이 스위치들이 전부 꺼져 있었다.
조대현 대전청 광역수사대장은 “경보기가 울린 이후 누군가 4개의 버튼을 조작해 경보를 껐다”며 “경보기에 최초 접촉한 것으로 특정된 직원은 4개 버튼을 끈 것이 아니라 다른 버튼을 눌렀다고 진술했다. 진위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관 휴게공간과 같은 복층 구조의 불법 증축물이 1개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는 정황도 나왔다. 설비라인이 있는 공간의 복층에는 절삭유 탱크 등을 설치해 놓았다는 내부 진술이 나왔고, 사무동에도 다른 용도에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복층이 있었다고 한다. 복층 공사를 진행한 업체는 청소 및 방수 작업 등 안전공업의 유지보수를 도맡아서 하던 인테리어 업체로 조사됐다.
조 대장은 “동관 휴게시설에는 소화기와 유도등, 화재감지기 등 3개의 설비만 설치돼 있었다. 그 외 비상대피로나 소화전이 있어야 했는데 설치되지 않았다”며 “복층 구조가 불법으로 지어졌다면 지정된 소방설비나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피가 어려워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청에 마련됐던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이날 안전공업 인근에 있는 문평공원으로 이전했다. 추모 행사를 가진 유가족 20여명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고인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오열했다.
손 대표 등 경영진들도 이곳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했지만,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쫓기듯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손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리를 떠났다.
유족들은 수사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가족 대표인 송영록씨는 “지금은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공업 화재는 지난달 20일 오후 1시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공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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