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李 솔직·대범” “접촉 시도 단념”…호응·경고 또 양면전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무인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일 곧바로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동시에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유감 표시를 수용하는 듯 하지만,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북한은 이런 메시지가 담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를 주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김여정은 6일 심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였다”며 김정은의 평가를 인용해 무게감을 높였다. 이는 김정은이 간접적이나마 이 대통령에 대해 내놓은 첫 긍정적 반응이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9월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3단계 비핵화론’(중단→축소→비핵화)을 깎아내렸다. “우리의 무장 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면서다.
다만 김여정 담화에 깔린 대전제는 ‘무인기 사건’에 대해 남측이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를 향후 자신들의 도발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동시에 김여정은 “한국 측은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모한 일체의 도발 행위를 중지하며,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남북 접촉이나 대화를 도모할 생각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의의 수용과 경고 위협을 동시에 발신하는 전형적인 이중 구도”라면서 “대남 심리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북측의 정형화된 담화 방식”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이런 담화를 내놓은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자신들과 안위와 직결된 대미·대남 변수를 관리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7일자)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감을 표명한 것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민족’이나 ‘통일’을 논하면서 다가오지 말라는 강력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이는 ‘적대적 두 국가’ 체제 하에서의 냉정한 국경 관리만 허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정책 3원칙’(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적대행위 불가)을 토대로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유화조치를 이어가겠다며 기대감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직후인 6일 밤 “이번 남북 정상 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 한반도 평화 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면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간 상호 의사 확인’이라는 표현은 공개 메시지 발신의 형태로 이 대통령과 김정은이 간접적으로나마 소통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통일부도 7일 “남북 양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루어진 것은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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