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홍석 변호사 “검찰해체 몰두한 ‘개문발차’ 입법… 국민 상대로 실험 말라”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홍석 변호사는 여권 주도로 이뤄진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입법을 두고 “형사사법체계의 합리적 재편이 아닌 ‘검찰 해체’라는 목표를 먼저 세워두고 몰아붙인 ‘개문발차식 입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정부 시절 진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 채 정치 논리에 입각한 형사사법체계의 변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목적의 실험을 해선 안 된다”며 “부작용은 결국 돈과 권력에서 먼 서민들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변호사는 특히 여당 강경파 주장대로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할 경우에 대해서는 “경찰이 오히려 보완수사요구의 노예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존에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직접 수사를 했던 부분마저 모두 경찰이 ‘보완수사요구’ 형태로 도맡게 되면 사건처리지연 등 부작용이 감당 못 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남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는 ‘형사사법시스템의 안정성’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게 양 변호사의 주장이다. 국민일보는 7일 서울 서초구의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양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소청법·중수청법에 대한 총평은.
“한마디로 ‘검찰 해체법’이다. 형사사법 제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고민하다가 도달한 결론이라기보다는 해체라는 목표를 먼저 정해놓고 제도를 끼워 맞춘 결과다. 상당한 공백을 남겨둔 상태에서 조직법만 통과시킨, 전형적인 ‘개문발차법’이라고 본다.”
-공소청법 정부안의 ‘소속 상급자 지휘·감독을 따른다’는 조항이 ‘법률에 따라 지휘·감독을 받는다’로 바뀌었다.
“마치 정상적 규정처럼 보이지만 검사가 따를 ‘법률’이 정해지지 않았다. 공소청법에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 근거 규정은 없다. 검사가 자기 마음대로 사건 처리하면 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검사는 자신이 하나의 관청인 ‘단독 관청’이지만 판사처럼 누구의 결재도 필요 없는 ‘독립 관청’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실상 독립 관청화가 된 상황이다. 이는 검사 업무 수행의 예측 가능성과 통일성을 심각하게 해치게 된다. 이제 부장·차장검사, 지검장의 지휘는 위법한 일이 된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일선에 하달할 방법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됐다.”
-중수청법 정부안에서는 ‘입건 통보’ 규정이 삭제됐는데.
“중수청에는 우선 수사권이 주어져 있는데, ‘입건 통보’는 그 수사권의 적정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규정이다. 수사 진행 정도가 다른 여러 수사기관의 수사가 경합하면 중수청의 판단에 따라 사건이 합쳐지거나 분리될 수 있는데, 공소청은 송치 이후에야 알기 때문에 공소제기 시기나 범위 정리가 쉽지 않다. 더욱이 중대범죄 사건이 분리돼 송치되는 경우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입건 통보 규정이 없으면 수사권 경합 문제를 어떻게 푸나.
“여당은 수사권 경합이 있을 경우 특정 기관에 우선권을 주는 문제만 생각한다. 그런데 경찰이 한 다음 중수청에 넘기는 방법도 있고, 경찰·중수청이 동시에 하는 방법도 있고, 합동수사본부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경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고차 방정식 상황을 풀 수 있는 법률상 근거 규정이 없다. 그전에는 검사가 수사권을 전제로 상당 부분을 조정할 수 있었는데, 이젠 이 부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역설적으로 경찰은 보완수사요구의 노예가 될 것이다. 현재 매년 송치되는 사건의 10% 이상을 보완수사요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보완수사요구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그전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던 것들이 다 보완수사요구 대상이 된다. 이렇게 보완수사요구가 이런 식으로 폭증하면 경찰은 보완수사요구를 이행하느라 허덕거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경찰의 수사 자율성과 독립성이 오히려 훼손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구속 사건에서 ‘범죄자를 눈뜨고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법체계는 공소 제기 이후 수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엄격히 제한된 구속 기간 내에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검사와 경찰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서류만 오가는 보완수사요구 방식으로는 그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다. 특히 살인이나 강도·강간 등 중범죄의 경우, 기소에 필요한 핵심 증거를 제때 보완하지 못해 범죄자를 석방해야 하는 사법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
-구속 사건 수사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 같다.
“현재 구속수사 기간은 경찰 단계에서 최장 10일, 검찰 단계에서 최장 20일(10+10일)이다. 그런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현재 기준으로는 수사 효율성에 공백이 생긴다. 보완수사요구를 하면서 검찰과 경찰에 사건이 왔다 갔다 하는데 시간이 다 지나간다. 제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은 경찰·검찰 단계 구분을 하지 말고 구속수사 기간을 최장 30일(10+10+10일)로 하되,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와 이를 경찰이 이행하는 기간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또 경찰에도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시 신속하게 구속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긴급처리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검·경 상시 협력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검사의 ‘수사 개시 요구권’을 대안으로 냈는데.
“송치 후 이뤄지는 보완수사요구와 달리, 송치 전이라도 공범이나 추가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검사가 즉시 수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왔다가 다시 경찰로 내려가는 시간을 줄여 수사 지연을 막고 신속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공소청 내부 결재를 받고, 결정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하면 된다. 또 수사 범위를 넓히기 위한 수사 개시 요구 같은 경우는 심의위원회를 거치게 해 절차를 까다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당한 수사 개시 요구에 대해서는 경찰에 ‘이의 제기권’을 부여해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게 하면 오남용을 막고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권’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부실 수사를 막을 길이 없어진다. 경찰이 불송치를 마음먹고 수사를 소홀히 하면 이를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이는 곧 ‘면죄부 수사’나 ‘사건 암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변호사인 경찰 전관은 물론 변호사가 아닌 경찰 전관이 활발히 활동하는, 이른바 ‘전경 예우’를 통한 수사 개입이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 송치된 사건은 어떻게든 검찰이 다시 살펴볼 수 있지만, 일선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되는 사건은 제3자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사법 절차가 복잡해지면 필연적으로 사법 비용과 처리 시간이 증가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길을 찾겠지만, 힘없는 서민들은 복잡한 절차와 지연되는 시간 속에서 사법 서비스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각 절차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의 대원칙이 있다면.
“형사소송절차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정성’이다.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에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어떤 특이한 사건이 있더라도 시스템 자체에서 다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안정성이 깨지지 않도록 법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목적으로 실험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일단 시행하고 나중에 고치자’는 식의 접근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다. 형사사법 제도는 결코 정치적 실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구자창 이서현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국힘 “李, 개헌 전 연임 않겠다 선언 건의에 즉답 피해”
- 족구 못 한다고 귀 깨물고 때리고…선배 소방관의 갑질 만행
- ‘헌팅 성지’ 된 교보문고…주말 4시 재테크 코너가 명당?
- 인천 라이브카페서 화재… 80대女 심정지·女4명 부상
- 트럼프 “한국, 4만5000명 주한미군 주둔에도 우리 안 도와” 또 동맹 ‘갈라치기’
- 입금 20분 후 빌라 전기함서 수거, 숙박시설 가서 흡입… 1시간도 안 걸렸다
- 청주 실종여성 살해범, 김영우 무기징역 구형
- 李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 기가 찬다”
-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 사상 최대
- 서울 외곽 아파트 ‘키맞추기’… 3040 실수요, 노원·강서 싹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