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최원태·이호성에게 배워, 필요하면 초등학생한테도 배운다" 35세 나이에 생애 최고 구속, 이승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배지헌 기자 2026. 4.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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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평균구속 145.3km, 데뷔 후 최고 기록
-투구폼 전면 수정, 후배 최원태·이호성에게 직접 배워
-지난해 평균자책 6.31 → 올 시즌 0.00 완전히 달라졌다
삼성 우완 이승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수원]

"저 나이에 구속이 빨라지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세월을 거스르는 노장 투수의 볼 스피드에 박진만 감독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5세 나이에 오히려 20대 시절보다 빠른 공을 던지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우완 이승현 얘기다.

이승현은 올 시즌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24년 141.5km였던 평균구속이 지난해 143.2km로 올랐고, 올 시즌엔 145.3km까지 치솟았다. 데뷔 시즌인 24세 때 평균구속이 143.4km였고, 2021년 143.8km가 커리어 최고였는데 30대 중반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웬만한 투수는 30대에 접어들면 구속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젊을 때 힘에 의존하던 투수도 30대가 되면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고 레퍼토리를 추가해 기교파로 변하게 마련이다. 이승현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얼굴만 동안인 게 아니라 던지는 공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지금 이승현의 연차에 구속 올리는 게 쉽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보다 시속 3~4km는 빨라진 것 같더라. 평균 144~145km가 나온다. 보통은 1~2km 올리기도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감탄했다.
이승현은 지난 13일 대구에서 열린 SSG 상대 준PO 3차전에서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진=삼성)

"필요하면 초등학생에게도 배워야죠"

박진만 감독은 "내가 투수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이승현의 투구폼 변화를 비결로 짚었다. 전보다 마운드에서 한 번 꼬고 던지는 폼으로 바뀐 것 같다는 분석. 이른바 바이오메커닉스에서 이야기하는 '꼬임각'이 커진 것 같다는 얘기다. 스프링을 감았다가 팍 튕겨나오는 원리처럼, 꼬임을 크게 했다가 공을 던지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원리다.

취재진과 만난 이승현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들려줬다. 현재까지는 꼬임각을 크게 했다기보다 앞뒤 중심 이동의 변화에 가깝다. 원래 중심을 뒤에 잡아두고 던지는 투구폼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이승현은 "앞으로 전진한 에너지로 뒤에서 한 번 더 힘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다리를 들 때 일부러 앞으로 쏟고, 그다음에 뒤로 힘을 최대한 쓰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남들보다 가동성이 안 나오는 편이라 지금도 꼬임 연습을 하는데 잘 안 된다. 그래서 가속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꼬임각을 크게 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일언 수석코치의 "하체를 빠르게 쓰라"는 조언도 참고했다. 이승현은 "앞뒤 동작에 하체를 쓰면 좀 더 꼬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의 변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조언자가 선배나 코치가 아니라 한참 어린 후배 투수들이란 점다. 여섯 살 차이 최원태, 열세 살 어린 이호성이 이승현에겐 투구폼 선생님이다. 둘 다 이승현이 추구하는 투구 메커니즘을 이미 몸에 익힌 투수들이다. 지난해부터 최원태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해 폼에 적용해왔고, 최근에도 "형이 부족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꼬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답을 듣고 곧바로 시작했다.

이승현은 "후배건 선배건 나보다 뛰어난 선수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호성이가 확 좋아진 게 보이지 않느냐. 호성이도 원태와 추구하는 게 같기 때문에 가서 또 물어본다"면서 "나이는 상관없다. 초등학생에게도 배울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최원태에 대해선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제가 이렇게 인터뷰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나. 밥은 원태가 나를 사줘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승현 계약 완료(사진=삼성)

두부와 양배추로 버틴 비시즌

지난해에도 최원태에게 배워 폼을 바꿨던 이승현이다. 당시엔 구속은 올랐지만 몸이 나오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성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42경기 평균자책 6.31. 이승현 스스로 "최악의 시즌"이라고 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2년 총액 6억원이라는 많이 아쉬운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승현은 "바닥을 찍었으니 뭐라도 해야 했다"고 했다.

비시즌에 쉬지 않았다. 계속 공을 던졌고, 트레이닝 센터에서 피칭 메커니즘을 다시 정립했다. 원래 던지던 포크볼도 손을 봤다. "수치가 너무 최악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 싶어서 전문적인 데 가서 배웠다"고 했다. 삼성 야수 출신으로 미국에서 투수 코칭을 배워온 최승민에게 포크볼을 배웠고, 최일언 코치와 함께 다듬었다.

몸무게도 10kg을 뺐다. "이대로는 안 된다 싶어서 빼게 됐다"고 했다. 양배추와 두부로 버텼다. "탄수화물은 최대한 줄이고 두부 많이 먹었다. 지금도 두부만 찾아 먹는다. 원래 회를 안 좋아했는데 일부러 먹고 있다. 영양제도 많이 챙겨 먹는다"고 했다. 고된 과정이었지만 이겨냈고, 독한 변화가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기간, 이승현은 "우리 팀 불펜 열세 평가의 주범이 저였다"는 말로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자학이었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6일 기준 첫 5경기 성적이 4.2이닝 1승 무패 평균자책 0.00이다. 삼성 불펜은 평균자책 3.26으로 리그 2위다.

이승현은 "우리 불펜은 앞으로 강해질 일만 남았다. 김무신, 이재희도 돌아온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개인 목표를 묻자 "개인 목표는 없다"면서도 "작년보다만 잘하고 싶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최대한 유지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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