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수라갯벌에 온 걸 환영해

한선남 2026. 4.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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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뒷부리도요를 찾아서 ⑤] 뉴질랜드와 수라갯벌을 잇-다

[한선남 기자]

▲ 4월4일 큰뒷부리도요 환영식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대형 큰뒷부리도요걸개가 환영하는 수라갯벌에서 따스한 햇살아래 환영식이 진해됐다.
ⓒ 김지영
4월 4일 수라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 환영식이 열렸다. 새벽부터 새차게 내리던 비가 행사시작 시간인 11시를 앞두고 거짓말처럼 멈췄다. 흐리던 하늘 사이로 햇살이 내려 앉았다. 춥고 바람불던 날씨가 어느새 따뜻한 봄날로 바뀌는 것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수라갯벌 위로 큰뒷부리도요가 내려 앉았다. 큰뒷부리도요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대형 걸개였다. 깃털이 바람에 흩날리고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날아 오를 듯 하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큰뒷부리도요를 환영하는 날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의 사람들이 수라갯벌로 모여들었다. 군산과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저멀리 강원도에서, 서울에서, 머릿수 하나 보탠다는 생각으로 오셨다고 한다. 이들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수라갯벌은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하고 햇볕에 반짝이는 갯벌을 보여준다. 머릿수라도 보태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수라갯벌을 지금까지 지켜오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간을 내고 마음과 몸을 현장으로 옮겨오는 일 작지만 소중한 마음들이다.
▲ 뉴질랜드팀 총 8명이 뉴질랜드에 방문했고 4일 행사에는 4명이 참석해 쿠아카의노래를 불렀다.
ⓒ 백구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이 수라갯벌 앞에 서서 환영인사를 건낸다. 쏟아지던 비가 멈추고 거짓말처럼 햇살이 내리쬐는 오늘, 하늘도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대양주를 여행하는 철새들의 핵심 기착지인 수라갯벌과 거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들의 존엄함을 잘 이해하는 사람의 미소에 다들 절로 웃게된다.

나는 뉴질랜드에 다녀온 이야기를 공유했다. 뉴질랜드에 가서야 우리가 얼마나 큰 갯벌을 잃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갯벌이 단지 한국의 갯벌을 잃은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와 알래스카를 잇는 전세계의 유산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뉴질랜드에도 갯벌을 지키고,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아름다운 큰뒷부리도요, 쿠아카를 조상이자 스승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김성이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쫑쨍이러닝클럽'을 결성하고 큰뒷부리도요가 오는 날까지 1만km를 달려온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겨울 결성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큰뒷부리도요가 한국까지 날아오는 거리만큼 걷거나 달리자며 결성됐고 환영식이 열리는 날 이미 1만킬로를 넘게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걸음은 멈추지 않고 쫑쨍이가 뉴질랜드에게 도착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열흘간 수라갯벌 보존과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와 낭독회, 캠핑 등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 주었다. 몸을 수라갯벌에 두고 마음을 모아온 진실한 마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계속 되어 왔다.

큰뒷부리도요로 상징되는 수라의 뭇 생명들을 지켜가자는 이야기가 모여지는 내내 검은머리물떼새 3개체가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보통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새들은 조금 멀리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참가자 모두가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날개짓하고 노래하며 떠나지 않았다. 수라풀타령을 함께 불렀다. 탐조의 원칙 중 하나는 조용히 하는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떠나지 않고 더욱 가까이 앉은 검은머리물떼새의 응원을 받아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서로 격려하고 수라갯벌에도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 붉은어깨도요 새만금 8공구 공사현장에서 붉은어깨도요(멸종위기2급)을 관찰했다. 수 많은 민물도요와 흰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들이 8공구 현장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 한선남
곧 이어진 탐조활동은 새만금팀과 군산내항에서 금강하구둑까지 이어지는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군산에 도착한 큰뒷부리도요를 찾는 탐조에 나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 곳이 있어 예상치 않은 경로가 추가 되었다. 수라갯벌을 가로지르는 남북로, 그 맞은편에 진행중인 8공구 공사현장이었다.
산업단지가 들어올 이곳은 지난해 말부터 공사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봄이 되자 뻘흙을 뿜어 올리고 포크레인으로 둑을 쌓아 가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민물도요, 흰물떼새등 작은 도요물떼새들이 갯벌이 흩어진 틈으로 올라올 작은 유기물과 먹이들을 찾아 먹고 있었다. 그 옆에서 붉은어깨도요 (멸종위기2급)가 보였다. 검은머리갈매기(멸종위기2급)과 붉은 부리갈매기도 보였다. 가로지르는 도로가 없었다면 수라갯벌과 한몸인 이곳은 곧 매립되고 산업단지가 올라설 것이다.
▲ 군산내항 탐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단장이 군산내항에서 큰뒷부리도요를 탐조하고 있다.
ⓒ 백구
8공구에 모여든 도요물떼새들을 보며 또 한곳의 서식처가 속절없이 사라지는 현장을 마주하며 아름답고 용기있는 생명체를 만나는 기쁨과 이들이 처한 위기를 동시에 느꼈다. 아마도 이곳에서의 마지막 먹이 활동이 될 오늘, 인간사회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존엄이 파괴되는 현장앞에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수라갯벌의 남쪽 화산습지를 탐방하며 검은머리갈매기들의 집단 시위를 마주했다. 곧 산란을 하게 될 이곳에 방문한 인간들을 향한 맹렬한 경고였다. 고개를 숙이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공사가 중단된 염습지에 기대어 남은 뒷부리장다리물떼새와 아직 이동하지 않은 오리들을 만났다. 군산 내항과 금강으로 간 탐조팀은 한국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큰뒷부리도요들을 만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만났을 때 보다 절반가까이 살이 빠져 홀쭉해 진 상태였지만 건강했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안전하게 군산에 당도 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 뉴질랜드의 큰뒷부리도요 뉴질랜드에서 출발전 큰뒷부리도요, 한국에 도착한 큰뒷부리도요보다 통통한 모습이다
ⓒ 한선남
▲ 큰뒷부리도요 먼거리를 이동해 한국서해안에 무사히 도착한 큰뒷부리도요. 한국까지 오는 동안 체중의 절반이 줄어들어 홀쭉해 졌다. HPX 주황색 인식표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단것으로 확인됐다.
ⓒ 한선남
▲ 군산내항에서 날아오르는 큰뒷부리도요무리 호주-뉴질랜드에서 출발한 큰뒷부리도요들이 서해안에 도착했다.
ⓒ 한선남
수라의 사계절은 풍성하고 다양하다. 오늘은 도요물떼새들을 보지만 더워지기 시작하면 저어새들이 내려오고, 어느덧 가을로 넘어가면 기러기와 오리, 맹렬한 추위가 찾아오면 맹금류들이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공항예정지일 뿐일 이곳은 예부터 선조들이 지켜온 갯벌이었으며 예부터 전세계를 이동하는 용감한 철새들의 안식처이다.
새만금 갯벌은 아직 살아 있다. 수라의 뭇 생명들이 그 생존의 증거다. 손바닥만큼 작은 도요새들이 말할 수 있다면 자신의 서식처가 사라지는 것을 그냥 두고보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인간의 말로나마 지금이야말로 수라 갯벌의 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가 살릴 수 있는 존재들은 빛나는 모래알처럼 여전히 수라갯벌에 존재하고 있다.
▲ 수라갯벌 위를 나는 도요물떼새들 수라갯벌에서 날아오른 민물도요와 흰물떼새 무리가 장관이다.
ⓒ 한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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