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까지 내뱉은 트럼프의 초조함... 먹히지 않는 '위장된 자신감'

정주진 2026. 4. 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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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황 이용하는 이란, 시한 내에 협상 타결될까

[정주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에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란을 향해 "빌어먹을(fucking) 해협을 열어라, 미친 놈들아(crazy bastards).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두고 봐라!"고 했다. 전 세계가 시시각각으로 자신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쏟아내는 말들을 보고 있음을 알면서도 한 국가를 향해, 그것도 자국과 휴전 협상 중인 국가를 향해 저주와 협박의 말을 넘어 욕설을 쏟아낸 건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을 만큼 초조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관련 기사 : 트럼프 욕설 위협에도 이란 "해협 원상복귀 안 돼")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에 이란 수도 테헤란 서부 카라지 인근의 B1 다리가 미군의 폭격으로 검은 연기를 내며 붕괴되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이란의 가장 큰 다리가 무너졌고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만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더한 일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협박한 하루 뒤의 일이었다.

이 또한 매우 이례적이고 교전 중인 어느 국가 지도부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자국 군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민간 시설을 정밀 폭격해 붕괴시킨 걸 시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있음에도 직접 이런 영상을 올리고 미군의 폭격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이유는 미국의 군사력이 이란의 모든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민간 시설이자 건설 중인 다리까지 폭파하면서 이란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한 상황을 잘 보여준 것이었다.

사회관계망에 쏟아지는 트럼프의 분노와 협박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상황, 미국의 대응과 계획 등을 알리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이란이 항복은커녕 격렬한 저항을 이어가자 사회관계망을 통해 더욱 거칠고 노골적인 말로 이란에 대한 분노와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와 협박을 통해 자신감을 표출하고 미국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이란에 최대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른 한편 거칠고 강한 표현을 하면 국내외 비난과 압력에 처한 자신의 초조함을 감출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위장된 자신감 속에 초조함을 애써 감추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후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에 밝힌 협상 시한을 하루 연장하며 "미 동부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는 짧은 글을 썼다. 이 또한 이란과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분노와 협박의 말을 통해 수시로 드러내고 있는 초조함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란과의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초조함을 잘 알고 있고 사실 더는 크게 잃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을 역으로 이용하면서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하려 하고 있다.

6일 <로이터>는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에게 우선 휴전을 한 후 15~20일 내에 포괄적인 합의를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전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의 한 관리는 <로이터>에 일시적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지는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시한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도 익명의 이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란은 미국이 완전한 종전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 않고 있고 압박 속에서 미국이 정한 시한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휴전부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시간 후 이란의 국영 뉴스인 IRNA는 이란이 공식적으로 파키스탄에 휴전 제안을 거절하고 휴전이 아닌 완전한 종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고 다시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미국과 종전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이 중재국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이란을 협박했다.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 전체가 하룻밤에 제거될 것이고 그것이 내일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이란의 발전소, 다리 등 사회기반시설을 폭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민간 시설 공격 언급에 대해 전쟁범죄가 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상황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는 이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페타 티크바에서 이스라엘 보안군과 응급 구조대원들이 이란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한 이후 텔아비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쇄적인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 AFP 연합뉴스
이란은 국내외 압력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압박하고 있지만 사실 이란은 공격을 받는 만큼 중동 국가들의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즉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사회관계망을 통해 쏟아내는 말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한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이란은 미국이 자국의 조건을 최대한 수용할 때까지 버틸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초조함을 들켜버린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또 다른 난제는 압박과 협박에 기반한 자신의 협상 방식이 이란에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을 자신과 미국의 힘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체면과 명분의 포기를 종용하는 것은 물론 미국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강한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까지 내뱉으면서 협상 상대인 이란에게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고 신뢰의 바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휴전 제안을 거절한 이란이 미국의 압박이 커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라도 공격을 중단하고 이란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국가 간 협상에서 하루는 매우 긴 시간이고 어떤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되든 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미국이 원하는 내용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이고 그래서 여과 없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더욱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분노와 협박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초조함을 들켜버린 상황에서 그런 말은 이란을 압박하는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정말 전쟁을 끝내고 국내외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란에 진정성을 보이고 조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문제는 아무리 사면초가에 빠졌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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