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뽑을까, 6·3 지방선거를 위한 ABCD론

조원진 2026. 4. 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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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과 행정력 두 축을 조합으로 네 가지 유형... 어느 당인지는 그다음 문제

[조원진 기자]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두달 앞으로 다가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대비해 4월 1∼2일 22개 구시군 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투표장비 교육을 진행했다. 한 직원이 투표용지 모형 7장을 출력해 점검하고 있다. 2026.4.2
ⓒ 연합뉴스
민주공화국의 정치 지도자는, 공화국을 수호하며, 주권자인 공화국의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이끄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유시민의 ABC론은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이상, 공공의 선, 공익)와 이익(사사로운 욕망)이라는 축으로 분류한 틀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그만큼 많은 맥락이 생략될 수밖에 없기에 많은 논의할 지점이 제시됐다.

우리는 이 분류법으로 능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서 "B"는 결코 뽑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사리사욕을 쫓는 자가 얼마나 꼼꼼하게 국가를 사적 수익 모델로 사용할 수 있는지 우리는 수차례 봐왔다.

나는 최소 "B" 타입의 정치인은 아니라는 판단을 전제로, "능력"을 기준으로, ABC론과 유사한 ABCD론을 말해보려 한다.

두 개의 축, 정치력과 행정력

능력을 정치력과 행정력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본다.

정치력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 따르게 하고 뭉치게 하는 능력이다. 시대의 큰 그림을 읽고 의제를 설정하며, 고도로 복잡해진 사회의 상충하는 이익과 가치를 조정하는 능력이다. 연설, 프레이밍, 연대 구축, 이 모든 것이 정치력의 영역이다.

행정력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는 실무 집행 능력이다. 공화국은 법의 질서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와 신념은 기본이다. 핵심은 인사(人事)다. 현대 사회의 복잡도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기에, 결국 사람을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필요하면 교체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이 인사를 평가하고 배치하는 것을 통해 조직을 장악하고, 행정 조직을 행정 목적에 부합하게 동작하도록 추동할 수 있다.

'재정'에 대한 이해도 빼놓을 수 없다. 행정이란, 세금을 어디에 쓰는가로 귀결 되는 일이기 때문에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보나마나다.

이 두 축의 조합은 네 가지 유형을 만든다.

ABCD - 네 가지 유형

A형: 정치력 ○, 행정력 ✕

한국 정치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아쉬운 유형이다. 선거는 이기지만 집권하면 인사 참사와 정책 표류가 반복된다. 시대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러나 막상 자리에 앉으면 누구를 써야 하는지 모르고, 측근에 둘러싸여 조직이 경직되고, 정책은 구호에 머문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반복되는 비극인데, 어렵게 당선되어 국정 운영에 실패하는 경우다.

B형: 정치력 ✕, 행정력 ○

유능한 테크노크라트형이다. 실무는 탁월하지만 대중 동원력이 약하다. 화려한 연설이나 시대적 프레이밍에는 약하지만, 예산을 굴리고, 사람을 배치하고, 구체적 성과를 쌓는다. A형이나 C형 밑에서 참모·총리·부단체장으로 빛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웬만해서 당선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 조원진
C형: 정치력 ○, 행정력 ○

가장 드문 유형이다. 대중을 결집시키면서 동시에 내부 조직을 장악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유형에 가장 가까운 현역 정치인이다. 대중 결집력, 프레이밍 능력, 위기 돌파력이 동시대 최고 수준이고,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 구체적 정책을 실제로 집행해 본 경험이 있다. 정치력과 행정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해 보면, 공화국의 선출 제도는 이런 지도자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D형: 정치력 ✕, 행정력 ✕

논외다. 어떤 경로로든 자리에 앉으면 재앙이다. 불행히도 공천 시스템이 후보를 걸러내지 못할 때 이 유형이 등장한다.

현실에 적용해 보자

대통령은 정치력의 비중이 크다. 외교, 안보, 시대적 의제 설정 등은 정치력의 영역이다. A형 대통령도 유능한 B형 총리와 장관을 쓰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시장과 도지사의 본업은 말이 아니라 집행이다. 도로, 상하수도, 복지 전달체계, 지역 경제, 재난 대응 등은 정치적 수사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무원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4년 내내 조직이 표류한다. 지방의회는 국회만큼의 견제력이 없기 때문에, 단체장의 행정 능력이 곧 그 지역의 운명이 된다. 그러므로 지방선거에서는 행정력의 비중을 대통령 선거보다 높게 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력에 대한 비중이 대통령 선거보다 높다고 해서, 이것이 1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행정 경험은 좋은 지표가 되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취업 시장에서 경력직만 요구하면 신입사원은 아무도 고용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으로 갔을 때 행정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행정력을 증명해 냈다. 행정력은 경력이 아니라 자질의 문제다.

그러므로 현실적 판단 기준을 생각해 본다면, 1차 기준은 정치력이다. 시대를 읽는 감각, 소통 능력, 공적 의제를 설정하는 힘이다. 정치력은 선거 과정에서 연설, 토론, 캠페인 운영, 연대 구축 등을 통해 유권자가 투표 전에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행정력이 이미 입증된 후보가 있다면 그것은 큰 가산점이다. 구청장, 시장, 도지사를 지내면서 구체적 성과를 낸 경험은 반박하기 어려운 확실한 능력의 증거다. 행정 경험이 없는 후보라면, 행정적 자질의 징후를 확인한다. 꼼꼼한 일처리 방식, 사람을 보는 눈, 조직적 사고. 이런 것들은 공약의 구체성과 캠페인 운영 방식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비전과 꿈만 말하는 후보는 A형일 가능성이 크다. 예산, 기한, 특정 주요 과제에 대한 담당 부서를 말할 수 있다면 준비된 행정가일 수 있다.

그리고 정치력이 행정 성과의 확장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을 전국적 의제로 끌어올린 것이 그 예다. 정치력이 강한 단체장은 중앙정부와의 협상력, 예산 확보, 지역 의제의 전국화에서 유리하다. 다만 이것은 행정력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작동한다. 정치력만 있고 행정력이 없으면, 확장할 성과 자체가 없다.

투표 전 실전 점검표

6월 3일 투표소에 가기 전에, 후보를 이 순서로 점검해보자.

0단계 : 1차 필터(ABC론) - 이 사람은 공익을 추구하는가, 사익을 추구하는가? 사익 추구자는 능력이 있을수록 위험하다. 여기서 탈락하면 더 볼 것도 없다.

1단계 : 정치력 확인 (1차 기준) - 시대를 읽는 감각이 있는가? 유권자를 설득하고 결집시키는 능력이 있는가? 공적 의제를 설정할 줄 아는가? 이것은 선거 과정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다.

2단계 : 행정력 확인 (가산점) -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큰 가산점을 준다. 없다면, 공약에 구체적 실행 계획이 있는가? 인사에 대한 철학이 있는가? 유능한 사람을 찾아 쓰는 타입인가 아니면 측근 위주인가? 캠페인을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자기 선거 조직도 운영 못하면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리 없다)

3단계 : 종합 판단 - C형이 있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C형이 없으면, 정치력으로 1차 선별하고 행정력의 징후가 더 많은 후보를 골라본다. 정치력만 화려하고 행정력의 징후가 전혀 없는 A형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하지만 행정력만 있고 시대적 감각이 전혀 없는 B형도 주의해야 한다. 실무만 있고 방향이 없는 행정은 관성에 불과하다.

당이 어디인지는 이 판단 뒤에 오는 문제다. 물론 내란 세력은 논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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