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갯벌, 위협받는 알락꼬리마도요의 생존

이경호 2026. 4. 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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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와 번식, 그리고 경쟁까지 알락꼬리마도요의 치열한 삶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얼굴에 펄 묻은 알락꼬리마도요
ⓒ 이경호
지난 6일 군산의 갯벌 위에서 만난 알락꼬리마도요 한 마리는 쉼 없이 부리를 갯벌에 꽂아 넣고 있었다. 부리는 여러 차례 갯벌 깊숙이 파고들었고, 결국 얼굴까지 펄이 묻었다. 가벼운 일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일이기에 더 그랬을 게다. 생존 앞에서 깔끔함은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락꼬리마도요의 이런 행동은 긴 부리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알락꼬리마도요는 갯벌 속 깊이 숨어 있는 게나 갯지렁이를 사냥한다. 깊숙히 꽂아가며 부리의 감각인 활용해 먹이를 찾는다. 눈으로 보는 사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며' 찾아내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탐색 끝에야 비로소 한 번의 성공이 이어진다.
 사냥중인 알락꼬리마도요
ⓒ 이경호
갯벌에서 눈으로 보고 사냥하는 물떼새류와 도요류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가 이 사냥방식이다. 눈으로 보며 빠르게 걷거나 뛰는 물떼새와 다르게 도요새들은 부리의 감각을 이용해 갯벌에 부리를 찔러가며 사냥한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사냥에 성공한 뒤의 행동은 더 흥미롭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잡은 게를 곧바로 먹지 않는다. 우선 먹이를 여러 차례 헹궈내듯 씻는다. 갯벌의 펄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후 다리와 집게를 떼어내고, 몸통부터 삼킨 뒤 남은 부위를 차례로 처리한다. 효율성과 위생을 동시에 고려한 식사 방식이다. 탐조인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자연의 정교함이 낯설게 느껴진다.

군산앞바다에서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먹이를 노리는 녀석이 또 있었다. 사냥의 성공이 곳 식사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장이었다. 주변을 맴돌던 괭이갈매기가 먹이를 노리고 접근했다. 다른종의 먹이를 뺏는 일은 야생에서는 흔하게 있는 일이다. 스스로 사냥하기보다 타인의 성과를 빼앗는 전략은 인간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씁쓸한 장면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먹이를 물고 재빨리 자리를 옮겼고, 괭이갈매기의 추격은 몇 차례 이어졌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갯벌 위에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경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 펄투성이 얼굴로 살아간다 알락꼬리마도요의 사냥과 생존 #curlew 군산 갯벌에서 만난 알락꼬리마도요의 사냥 장면입니다. 부리를 반복적으로 꽂으며 먹이를 찾고, 얼굴까지 펄이 묻는 모습, 먹이를 물에 씻은 뒤 해체해 먹는 행동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냥한 먹이를 노리는 괭이갈매기의 위협과 번식을 준비하며 짝을 찾는 모습도 함께 담았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알락꼬리마도요에게 갯벌은 단순한 먹이터가 아닌 생존의 공간입니다. ⓒ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알락꼬리마도요는 또 다른 과제도 수행 중이었다. 번식을 위한 준비다. 일부 개체는 갯벌 위에서 울음소리를 내며 짝을 찾고 있었다. 먹이를 확보하는 동시에 짝을 찾고, 번식을 준비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이들의 봄을 채우고 있었다. 장거리 이동이라는 부담까지 감안하면, 그들의 하루는 결코 단순하지 않아보였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조류로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이들에게 필수적인 중간 기착지다. 이곳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하면 북쪽 번식지까지의 이동 자체가 위협 받는다.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개체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먹이를 먹는 알락꼬리마도요
ⓒ 이경호
흥미로운 점은, 알락꼬리마도요와 친구 관계쯤 되는 마도요는 사라지는 습지와 농경지를 상징하는 대표종이기도 하다. 유럽 전역에서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영국의 왕립조류보호협회는 마도요 보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는 마도요의 노래가 있다고 하며, 울음소리를 쓸쓸한 울음으로 묘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조용필의 '마도요'라는 노래가 있기도 하다. 어떤 시대든 노래에 동물의 이름이 드러난다는 것은 새들이 많았거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의미 한다. 유럽에 민요 역시 이런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개체수가 줄어가는 것에 대한 상징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펄투성이 얼굴로 먹이를 찾고, 씻어내고, 먹고, 다시 도망치는 일련의 과정은 생존의 압축된 알락꼬리마도요의 삶의 서사를 보는 듯했다. 갯벌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위를 살아가는 생명들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겪고 있다. 알락꼬리마도요가 이곳에서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고 무사히 번식지로 이동할 수 있을지, 그 답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안타깝다. 스스로 자연인 존재가 인간의 간섭으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어떤 세계를 남길 것인지 묻는 알락꼬리마도요의 치열한 생존의 모습에서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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