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정원에서 바라본 도쿄역, 한국인이라서 드는 생각

오순미 2026. 4. 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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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도쿄 여행] 아사쿠사를 시작으로 시부야, 나카노, 도쿄역, 긴자까지

[오순미 기자]

몇 달 전부터 일정을 맞춘 결과,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오랜만이니 색다른 곳으로 떠나자는 의견에 가까운 일본행을 택했다.

도쿄 여행은 하루 평균 2만 보를 요구했다. 직장인 아들의 계획을 따라다니려니 몸은 좀 고됐지만 맘은 편안했다. 최대한 부모 취향을 고려해 선택했지만 주말이 끼어서 가는 곳마다 기다림은 기본이었다. 때문에 계획은 약간의 변동이 동반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아사쿠사를 시작으로 시부야, 나카노, 도쿄역, 긴자에 들러 도쿄를 읽고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쿄 야경
ⓒ 신동호
종로와 닮은 아사쿠사

'아사쿠사'는 오래된 사찰과 상점,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며 복잡함과 한가함이 교차하는 곳으로 우리의 종로와 닮은 도시다. 종로 도심에 조계사가 자리했듯 아사쿠사 중심부엔 1300여 년 전의 불교 사원 '센소지'가 있다.

각국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들어 경내가 시끌벅적했다. 고즈넉한 우리의 사찰과 달리 마음을 정돈할 차분함은 없었다. 전파 지역의 역사와 사상에 영향을 받다 보니 같은 불교 문화지만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정착한 사례가 도드라져 보였다.

센소지는 '관음당'으로 향하는 정문 '가미나리몬'의 등불이 유명하다. '벼락의 문'이란 뜻으로 좌우는 뇌신과 풍신이 지키고 문 중앙에 등불이 매달렸다. 높이 3.9m, 너비 3.3m의 거대한 등불은 센소지를 상징하듯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다.

등불 바닥엔 얼굴과 몸통이 정교하게 새겨진 용 목각상이 있다. 센소지는 화재가 자주 일어났던 곳이어서 재난을 막아주는 용을 등불 밑에 새겼다. 액막이로 해석하면 될 듯싶다.
 센소지의 정문 '가미나리몬'. 아사쿠사의 랜드마크이며 도쿄의 상징이 된 등불
ⓒ 오순미
우리의 사찰이 수행 중심이라면 센소지는 체험 중심이다. 대형 향로에 향을 피우고 연기를 몸에 쐬며 건강을 비는가 하면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참배 방식이어서 관음당 앞이 소란스럽다.

여기에 '미쿠지'라고 길흉을 점치는 운세 종이 뽑기 장소가 사찰 내부에 빼곡히 차 있어 외국인들도 참여 비율이 꽤나 높았다. 사찰과 운세 문화의 결합은 미래를 확인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체험형 콘텐츠로 저비용에 재미까지 더해 뭇사람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센소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형성된 '나카미세도리'는 종교 동선 안에 구성된 상점 거리다. 옛 도시풍을 간직한 상점 거리는 익선동과 비슷한 느낌이다. 구조적으론 익선동에 가깝지만 관광 형태는 전주한옥마을 같기도 하다.

기념품, 음식, 공예품, 전통 과자점이 밀집된 거리는 상당히 붐볐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몰려들어 눈 깜짝할 새 이산가족이 될 지경이었다. 입에 먹거리 하나 들어가려면 기다림은 필수다. 어디서든 기다리는 편이 아닌 우리 가족에겐 난처한 거리였다.
 센소지 정문 가미나리몬에서 이어지는 상점가 '나카미세 거리'
ⓒ 신연주
복잡한 센소지를 벗어나 '스미다강' 방향으로 나가면 '스미다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벚꽃 명소로 3말 4초가 왕벚나무 벚꽃이 절정이라는데 흐드러지게 피진 않았다. 올 봄이 늑장을 부린 탓인지 이제 막 피는 중이었다. 벚꽃은 미미해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봄을 누리는 현지인의 모습이 강을 따라 촘촘히 늘어섰다.
상춘객을 지나 우린 스미다강 건너편 '아사히 그룹 본사'로 향했다. 황금빛 거품 형상이 멀리서도 뚜렷하다. 황금빛 건물 22층 스카이룸에서 마시는 맥주 맛이 기막히다는 아들 말에 거품을 향해 다리를 건넜으나 우리가 간 곳 중 사상 최대의 인원이 기다리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돌아 나왔다. 저녁 식사가 예약된 상태라 근처 다른 곳에서 맥주 맛만 보았는데 거품도 풍성하고 구수한 맛으로 목 넘김이 보드라웠다.
 스미다강가에서 바라본 아사히 맥주 그룹 본사와 도쿄 '스카이트리전망대'
ⓒ 오순미
홍대, 명동, 강남역을 압축한 시부야
이튿날엔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도쿄 도심을 360도 관람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동시에 건넌다는 '스크램블 교차로'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시부야역 근처 '마크시티' 건물 3층에 올라 스크램블 교차로의 인파를 구경하고 우리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백 명이 동시에 건너는 교차로는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는 광경이었다. 몇 차례를 지켜보아도 밀려드는 인파가 여전해 경이로움 대신 두려움이 차올랐다.
 시부야역 앞 '스크램블교차로'. 동시에 수백명이 건너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보행로.
ⓒ 오순미
시부야역은 여러 노선이 환승하는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고 맛집과 쇼핑센터가 집중돼 젊은 층과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몰려와 세계적으로 드문 보행 풍경이 연출된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도시의 일상을 관광 자원화하고 경제적 효과를 누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나도 그 인파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경험을 제공해 오래 기억하도록 노린 도시 전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문화, 관광, 교통을 한데 모은 시부야는 홍대와 명동, 강남역을 압축한 도시로 우릴 반겼다. 47층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쿄는 생각보다 스카이 라인이 단조로웠다.

옛 정취 도쿄역과 청담동이 보이는 긴자

셋째 날엔 도쿄역엘 가봤다. 역 바로 앞 '킷테가든(쇼핑몰)' 옥상 정원에 오르면 붉은 벽돌과 회색 석재, 돔 지붕으로 건축한 오래된 도쿄역을 한눈에 부감할 수 있다. 주변은 고층 건물로 싸여 현대적 풍경과 옛 역이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국의 건축물이라며 흡족한 시선으로만 볼 수 없었던 건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서울역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으나 '문화역 서울 284'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아픈 역사를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성숙한 인식을 보이는 지금이 떠올라 이내 여행객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킷테가든'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도쿄역
ⓒ 오순미
도쿄역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 이동해 신선한 해산물 시장 '츠키지 시장'에 도착했다.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지 낯선 언어들이 뒤엉켜 들렸다. 시장은 구매한 해산물을 상점 앞 거리에서 가볍게 맛보고 이동하는 형태였다. 초밥 3조각에 우리 돈 2만 원이 평균 가격이니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선뜻 지갑을 열만 한 가격대는 아니었다.

츠키지 시장에서 긴자역으로 가는 길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한적한 도시였다. 긴자는 우리의 청담동이 떠오르는 곳으로 시부야와는 다르게 여유롭고 정제된 도시였다. 도쿄의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상징하는 이미지여서 그런가 도시가 젊어 보였다. 깔끔하고 조용한 거리, 정돈된 간판에서 완성도가 느껴졌다.

이국의 도시에서 자국의 도시와 닮은 구석을 찾아내는 여행은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도시의 특징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여지를 주는 듯했다. 아사쿠사는 볼거리, 시부야는 활기, 긴자는 세련미를 간직한 채 따로 또 같이 도쿄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도쿄를 각 도시가 가진 개성에 치중해야 할 여행지로 분류하며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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