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멘 6000만원 이란 미사일, 1500억원 美 F-15 떨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군의 F-15E 전투기를 격추시킬 때 쓴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이란의 새로운 ‘가성비’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이동이 쉬운 덕분에 한 대당 1억 달러(약 1502억원)가 넘는 미군 첨단 전투기를 격추시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미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군이 견착식 미사일(Shoulder-fired missile)을 사용해 미 공군 전투기 F-15E(스트라이크 이글)라는 대어를 낚았다”면서 “그들(이란군)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사일은 견착식 대공미사일(MANPADS, 휴대용 대공 미사일 시스템)로, 길이 약 1.4m~1.7m의 소형 미사일이다. 어깨에 미사일을 멘 상태에서 조준·전원장치를 작동시키면, 미사일이 표적 항공기 엔진의 열을 포착한다. 이후 방아쇠를 당겨 미사일이 발사되면, 공중에서 추진 로켓이 점화돼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방식이다. 소형 트럭에 장착해서 쏘기도 하지만, 주로 사람이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방식이라 레이더 등을 통한 요격과 선제 타격 등이 쉽지 않다.
이 미사일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저고도 항공기 공격에 특화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견착식 미사일은 대부분 사거리가 5~6㎞ 내외로 길지는 않다. 그러나 이착륙 과정에서 낮게 비행하는 항공기는 속도와 기동에 제약이 있어 회피가 어렵고,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비행 경로를 예측하기 쉬워 어렵지 않게 타격할 수 있다. 특히 헬기나 지상 작전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들은 지상에 가깝게 저고도로 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 미사일에 더욱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가성비 면에서도 견착식 미사일은 훌륭한 무기로 평가된다. 이란은 본래 1980년대에 개발돼 상대적으로 구형으로 평가되는 러시아의 ‘이글라’를 기반으로 만든 자체 미사일을 주로 운용해 왔다. 이글라는 최대 약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 수준이다. 미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최신형 견착식 미사일인 베르바 5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베르바는 한 대당 약 4만3200달러(약 6487만원)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에 이란이 격추한 미국의 최신형 F-15E 한 대 가격은 약 1억 달러 수준으로 이란 견착식 미사일의 약 2300배다.

이런 이유로 견착식 미사일은 1950~60년대 처음 개발된 이후 고도화를 거듭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1979~89), 이라크 전쟁(2003~2011),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전쟁에서 전력이 열세인 국가들의 비대칭 전력으로 쓰였다. 특히 짧은 기간의 훈련만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데다 조작이 간편해 헤즈볼라 같은 게릴라 세력에게 유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이미 비대칭 전력으로 ‘샤헤드’ 등 자폭 드론도 적극 활용 중이다. 한 대당 약 2만~5만 달러(약 3000만~75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샤헤드 드론을 대량 생산해 미국의 핵심 자산들을 타격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2만 달러짜리 샤헤드-136 드론이 6억~7억 달러(약 9020억원~1조원)에 달하는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인 E-3 센트리를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미 군사안보 전문매체인 더내셔널인터레스트는 지난 2일 “미국은 이란의 견착식 미사일 위협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항공기에 섬광탄(플레어)이나 적외선 교란 장비(DIRCM) 등 대응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만, 저고도에서 기습적으로 발사되는 견착식 미사일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군사매체인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는 “견착식 미사일이 ‘장대한 분노’ 작전의 새로운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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