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 센 경찰, 감당할 수 있겠나[장세정의 시시각각]

경찰청이 지난 3일 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 인사를 단행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으로 직위 해제되거나 대기 발령돼 공석이던 부산·경북·충남청장 자리가 뒤늦게 채워졌다. 하지만 전국 13만 국가경찰을 총괄하는 치안 수장인 경찰청장은 이재명 정부 10개월이 지나도록 새로 임명되지 않고 있어 경찰 인사의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1일 경찰청에서 열린 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joongang/20260407002145960pugb.jpg)
12·3 계엄에 연루됐던 조지호 경찰청장이 탄핵소추된 시점부터 6개월 동안엔 이호영 차장이 직무대행을 하다가 물러났고, 지난해 6월부터는 유재성 차장이 직무대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행은 임시직이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기 2년이 보장되는 정식 경찰청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
「 경찰청장 16개월 공백은 비정상
정치 중립과 수사 독립 장치 필요
견제·균형 작동해야 국민의 경찰
」
경찰청장 인사를 조속히 단행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법에 따른 적기 인사로 경찰 수장의 권위를 세우고, 권한에 걸맞게 책임감을 갖고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대행체제가 1년4개월째 유지되니 조직 기강이 느슨해지고, 업무를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실제로 민생 치안 현장에서 경찰의 장기간 사건 방치를 비롯해 부실한 일 처리가 공분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 남양주시 스토킹 살해사건은 경찰의 초기 대응과 피해자 보호 조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었다. 20대 남성 2명을 약물로 살해한 서울 모텔 연쇄살인범 여성의 신상을 경찰이 공개하지 않아 성별에 따른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뒤늦게 검찰 단계에서 신상이 공개된 덕분에 자칫 숨겨질 뻔했던 추가 범행 사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민주당 소속 시절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이춘석 강선우 김병기 의원. 경찰이 영향력 있는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joongang/20260407002147208zklq.jpg)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태풍을 겪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의구심을 키웠다. 지난해 8월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서 사임한 이춘석 의원 사건은 검찰의 재수사 요구가 있었지만, 경찰은 아직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여당 실세 시절에 각종 비위 의혹을 받은 김병기 의원 수사도 정치권 눈치보기라는 입방아에 올랐다. 수사 지연, 불송치 우려는 갈수록 커진다.
지금 경찰은 격변기다. 민주당이 검찰청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찰의 권한은 민주화 이전 수준보다 더 집중되고 있다. 중수청의 수사 대상이 당초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줄어들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공직자·대형참사 범죄도 경찰이 맡는다. 경찰엔 기회이자 위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견제장치가 크게 줄었다. 6·3 지방선거 이후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겠다는 민주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문을 닫고 수사·기소 완전 분리 방침에 따라 검사의 역할이 공소청 업무로 제한되면 경찰의 권한은 검사보다 더 세진다.

'공룡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퇴행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대폭 보강할 대책을 마련할 때다. 행정안전부 산하 합의제 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의 독립 기관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정책·인사·예산 등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2021년 출범 이래로 국가수사본부장은 연속 3명 모두 경찰 출신이다. 판사·검사·변호사를 포함한 경력경쟁 채용 방식이라지만 경찰이 독식하는 취약한 인사 제도를 고쳐 실질적 개방형이 되도록 하자.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권한을 없애면서 정보경찰의 영향력이 확대된 만큼 적합한 통제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가경찰에서 분리한 자치경찰의 민생 경찰 역할을 강화해 경찰 권한 분산 효과를 도모하면 좋겠다. 정치 권력 앞에서 검사보다 더 취약할 수 있는 경찰의 수사 독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해야 경찰은 권력자의 도구가 아닌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제 80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장면. 검찰청 폐지로 권한이 더 막강해지는 경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7/joongang/20260407002149766ewsb.jpg)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끄러우니 박수 그만 쳐라” 유엔에 딱 걸린 尹 박수부대 | 중앙일보
- “삼성·SK하닉 왕좌 흔들린다” 中서 포착된 ‘HBM 게임체인저’ | 중앙일보
- 응암 5% 오를때 13% 뛰었다…‘입지 최고’ 15억 이하 아파트 | 중앙일보
- '29금 영화' 따라하며 아내와 성관계…그 남편 법정 선 이유 | 중앙일보
- 배우 오연수 또 일냈다…“나라에서 주는 상 두번째 받아” 무슨 일 | 중앙일보
- 7년 만에 입 연 황대헌 “린샤오쥔, 그 뒤에도 춤추며 날 놀려” | 중앙일보
- 서유리 “스토킹 피해자가 피의자 됐다” 억울함 토로…무슨 일 | 중앙일보
- 김 대리 자르고, 퇴직한 김 부장 다시 부른다…요즘 대기업 풍경 | 중앙일보
- “같이 죽고 싶더라”…그래도 번개탄 공장 문 못 닫는 사연 | 중앙일보
- 외도로 아이 방임한 엄마에 되레 친권…‘아동탈취’ 논란, 무슨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