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한강벨트 떨어지는데 강북은 상승 왜?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4번 출구로 나와 숭인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한눈에 봐도 상당한 규모의 대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2019년 준공한 래미안길음센터피스다. 2352가구 대단지로 미아사거리역과 도보 3분 거리 초역세권 단지다. 입지나 규모, 준공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길 건너 맞은편 롯데캐슬클라시아와 함께 성북구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1세대 뉴타운으로 불리는 길음뉴타운은 1950년 후반 전국에서 몰린 무허가 주택들로 달동네를 형성했던 곳이다. 2002년 서울시가 시범뉴타운으로 지정하며 그야말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2003년 1월 입주한 래미안길음1차(1125가구·길음1구역)를 시작으로 길음1~9구역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이후 2019년부터 길음촉진1~3구역이 새롭게 들어서며 길음뉴타운의 명맥을 이어갔다. 길음촉진1구역을 재개발한 롯데캐슬클라시아(2029가구·2022년 준공)와 촉진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길음센터피스(2352가구·2019년 준공)가 대표적이다.
요즘 두 단지는 부동산 업계에서 화제를 모은다.
성북구는 올해 1월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노원구 다음으로 많았다. 그만큼 올 초 거래가 활발했다. 그중 시세를 주도하는 길음뉴타운의 래미안길음센터피스와 롯데캐슬클라시아에서 신고가가 이어진다. 강남 집값이 꺾인 상황에서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양상을 보여 업계 주목을 받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올해 2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2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이 가격에 거래됐으며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호가가 18억원 이상 형성됐다. 불과 지난해 10월만 해도 15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지만 4~5개월 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전용 59㎡ 역시 올해 2월 15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했다.
롯데캐슬클라시아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84㎡는 올해 2월 처음으로 1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같은 면적 매물이 16억원 전후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두 단지는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단지 인근에는 영훈초·중·고, 대일외고, 계성고를 비롯해 특목고 진학률이 성북구 1위인 길음중이 있다. 현대백화점, 이마트, 숭인시장 등이 도보 10분 내 거리에 있고 서울대병원도 가깝다. 차이도 분명하다. 미아사거리역까지 도보 3분 거리다. 상대적으로 평지이며 길만 건너면 영훈초 등 주요 학교가 위치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롯데캐슬클라시아는 비교적 신축이란 장점과 함께 주변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했다. 롯데캐슬클라시아는 길음역과 더 가깝다.
두 단지의 또 다른 공통점은 단지 규모 대비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두 단지를 합쳐 5000가구에 가깝지만 전세 물량은 제한적이다. 자연스럽게 전세가격 또한 상승세다. 롯데캐슬클라시아는 올해 3월 전용 84㎡ 전세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재계약을 제외하면 시장에 나온 매물은 전용 84㎡ 기준 10억~11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성북구 길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뉴타운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고 지하철 4호선을 통한 도심 접근성이 양호하다 보니 30~40대 실수요자에게 꾸준히 인기 있다”며 “두 단지는 규모나 입지, 준공연도, 단지 내 조경 등이 달라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강북 아파트는 상승 분위기
서울 강남이나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세로 전환된 가운데 노원·성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단지는 2021년 고점을 회복했으며 도심 접근성이 좋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신고가를 기록하는 곳도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상승했다. 3월 3주(0.05%)보다 소폭 올라 지난 1월 말(0.31%) 이후 7주 연속 둔화하던 흐름이 끊겼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북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노원구는 0.23%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매매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북구(0.17%), 중랑구(0.13%) 등도 0.1% 이상 상승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강남구는 -0.17%로 지난주(-0.13%)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2023년 2월 셋째 주(-0.22%) 후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용산(-0.08% → -0.1%), 강동(-0.02% → -0.06%), 동작(-0.01% → -0.04%), 성동(-0.01% → -0.03%) 등도 하락폭이 확대됐다.
강북 집값 계속 오를까
보유세 개편과 전세 매물이 변수
시장 분위기가 지역별로 차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키 맞추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남,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지만 강북 지역 아파트 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간 벌어졌던 격차를 조금씩 맞추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매매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3월 4주 성북구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26%로 서울시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성북구 전세가격은 3개월 만에 2.41% 상승했다. 노원구(3월 4주 0.2%) 역시 지난해 말 대비 2.33% 오르며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 등으로 시장 참여자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시장조사 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신고가 396건 가운데 281건(71%)이 15억원 이하였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과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 매도세가 뚜렷하다. 보유세 부담이 큰 고령층이 매도에 나서며 강남 등 주요 지역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30·40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 지역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강남권 아파트처럼 2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2억원만 받을 수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실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인 6억원을 활용해 직주 근접 가능한 주택을 찾으며 성북·노원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실수요자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전세 매물은 계속 감소 추세다. 3000가구가 넘는 강북 대단지지만 전세 물량이 1~2건에 불과한 곳도 있다.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한진한화그랑빌,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가 대표적이다. 3003가구 대단지지만 네이버 부동산 기준 전세 매물은 1건에 불과하다. 전·월세 매물이 귀하지만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강남만큼 심하지 않아 임차인들이 매매를 택하며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강북 지역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한 것은 전세난과 대출 구조, 가격대별 규제와 보유세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외곽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덜해 집주인들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 방향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수요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북의 경우 주요 단지 전세 매물 감소가 매매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제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계속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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