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역설… "빨리 헌법 손봐야겠구나, 알려줬다"

박소희 2026. 4. 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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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의 상황실] 단계적 개헌 추진 본격화… 이관후 입법조사처장 "리모델링해서 좋은 집 살아야"

[박소희 기자]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가 가까스로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떨어야했다. 오전 1시 3분 가결 후 몇 시간이 넘도록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저처럼 국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정부가) 계엄 해제 결의안을 무시하고, 다시 (국회로) 공권력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계엄에 관한 절차를 '대통령이 선포하고,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정도로 규정한 현행 헌법의 한계를 일깨워줬다. 여느 때와 달리 국회 내 여러 정당이 합의해 지난 3일 국회의원 187명이 개헌안을 공동발의하는 힘도 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6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 공고를 의결하며 "다시는 국정문란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 역시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역설적이지만, 윤석열의 12.3 내란이 남긴 교훈인 셈이다.

그래서 이관후 처장은 이날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안을 두고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은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새 헌법은 12.3의 경험을 반영하여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경우 지체없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국회에서 계엄 승인이 부결되거나 48시간 이내에 승인이 이뤄지 않으면, 그리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즉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설계됐다(77조 4항, 5항).

또한 이번 개헌안은 ▲한자로 표기된 헌법 제명을 한글인 '대한민국헌법'으로 바꾸고 ▲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 운동을 명시하며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의무를 분명하게 부여했다(123조 2항). 이 역시 여야를 떠나, 정파를 떠나,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내용들이다. 부마항쟁과 5·18의 헌법 전문 명시는 국민의힘 쪽에서도 공약해온 사항이고, 지방소멸은 정당을 불문하고 비수도권에서 절감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이번 개헌안의 가장 큰 특징은 '단계적 추진'이다. 이 처장은 "기존에 개헌을 추진할 때는 항상 전면 개헌이었다. 전면적으로 개헌하려면 한두 가지 조항만 이의가 있어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데에서 그간 실패의 이유를 찾았다. 이어 "우원식 의장이 작년 제헌절에 얘기한 것도 '이제는 단계적으로,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개헌을 해나가자'였다"며 "이번이 그 첫번째 시도"라고 설명했다.

- 그러면 이 안이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모여서 아무런 이견 없이 합의한 최소한인가.

"최소한이고, 지금으로선 최대한이기도 하다."

"이번 개헌안은 최소한이자 최대한"... 홀로 이탈한 국힘
 이관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6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에 출연해 단계적 개헌을 "리모델링해서 좋은 집에 사는 것"에 비유하며 향후 개헌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
이 처장은 "부마항쟁의 경우 처음에는 들어있지 않았는데 6당 협의 과정에서 의견 주신 분들이 많아서 조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마항쟁의 추가는 '협치'의 증거임을 강조했다. 이어 "(기존 전문에는) 4.19만 있는데, 4.19혁명 이후에도 독재가 있었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에 저항을 시작한 게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이라며 "부마항쟁과 5·18이 들어가면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가 헌법 전문에 거의 수록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개헌안의 내용이 아니라 정치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공동 발의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지방선거 전 개헌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번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군불떼기'라는 주장마저 펼치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이렇게 끝까지 반대한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현재 295명 중 197명)'라는 개헌의 조건을 갖추기 어렵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10명이 찬성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진행도 불가하다.

이 처장은 국민의힘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개헌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 정쟁으로 개헌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며 "개헌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에 따라 정치권이 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고나서 '우리가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지방선거의 취지에 맞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아직 시간은 한 달 정도 남아 있다. 이 처장은 "내일 (국무회의 의결 결과가 관보에 실려서) 공고되면, 20일 이상 공고기간을 갖는다"며 "5월 4~10일 사이에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6월 3일에 투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이름이 공개되는(기명) 개헌 투표 방식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의 대표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87년 헌법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건축물에 비유하면) 상당히 괜찮은 아파트, 단독주택을 지었다. 그런데 30, 40년 된 아파트,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바람이 들고 비가 샌다. 이전 집(헌법)들에 비하면 튼튼하고 지반도 단단하더라도, 비바람이 새는데 그냥 놔둘 수 없지 않은가? 리모델링을 해서 좋은 집에 저희가 살아야죠. 앞으로는 이런 리모델링 방식의 개헌을 하고, 그런 개헌이 누적되다가 전면적으로 집을 바꿔야겠다는 시점이 오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

*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nEPovj7S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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