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감독' 오역에 가려진 홍명보호 수석코치 인터뷰의 진짜 문제 3가지

김희준 기자 2026. 4. 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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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앙 아로소 남자 축구대표팀 수석코치.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현재 논란이 되는 자극적인 단어들은 말 그대로 일부일 뿐이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수석코치 주앙 아로소의 인터뷰에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담겨있다.

아로소 코치는 올해 3월 5일 포르투갈 매체 '볼라 나 헤데'와 인터뷰에서 대표팀 내부 사정을 짐작할 만한 상세한 답변을 했다. 해당 인터뷰는 한 달이 지난 이달 초가 돼서야 한국에 본격적으로 번역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감독은 '팀의 얼굴(institucionalmente a cara)'이 되고, 훈련과 경기 계획을 총괄할 유럽 출신 코치가 대표팀에 필요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내게 주문한 역할은 '현장의 감독(treinador de campo)'이 되는 것", "축구협회는 코칭스태프도 내게 구성해달라고 했다 (…) 나중에 합류한 포르투갈인은 모두 내가 추천한 인물" 등 홍명보 감독이 아닌 자신이 실질적인 코치 업무를 맡는 듯한 발언들이 큰 논란이 됐다.

우선 가장 큰 이슈였던 '현장의 감독' 발언은 번역 과정에서 일어난 오역에 가깝다. 포르투갈어 'treinador de campo'는 직역하면 현장의 감독이지만, 실제로는 필드코치를 이르는 말이다. 아로소 코치가 현재 대표팀에서 맡은 역할이다. 이를테면 영어권 축구 매체에서 종종 사용하는 '애제자(teacher's pet)'라는 단어를 '감독의 애완동물'로 직역하는 느낌이다.

반면 '팀의 얼굴'이라는 단어는 바로 앞 문장이 '그들은 내부에서 성장한 감독을 원했다(Eles queriam um selecionador da casa)'임을 고려할 때 '바지사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아로소 코치는 관련 내용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한국에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얼굴'이라는 표현은 내가 얘기한 내용과 무관하다"라며 그 표현은 최초 발화 의도와 전혀 다르고, 본인은 홍명보 감독의 조력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태를 긴급 진화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는 단지 일부 자극적인 단어들 때문에 논란이 일어난 게 아니다. 심층 인터뷰 기사 곳곳에서 ▲ 아로소 코치의 인식이 현재 대표팀 혹은 축구협회가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다는 게 드러난다. ▲ 아로소 코치의 경솔함도 엿보인다. ▲ 나아가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가 공개되고 한국에서 논란이 될 때까지 이를 방관한 축구협회의 아쉬운 행정 능력까지 부각됐다.

예를 들어 아로소 코치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목표를 묻는 질문에 "현실적인 첫 번째 목표는 다음 단계 진출"이라며 조별리그 통과를 대표팀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다음 매 토너먼트 라운드를 진출하는 게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지만, 달리 표현하면 16강이 목표 도달이 아니라 초과 달성이라는 뜻이다.

이는 축구협회의 생각과는 다른 목표치다. 지난 3월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취임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 이후 식사 자리에서 "다섯 경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이 최소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팀 전력이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보다 나아졌다고 판단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서로 다른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아로소 코치가 그 이유로 제시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좋은 팀이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의 질과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우리는 월드클래스 선수 몇몇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조금 더 낮은 단계에서 뛰는 선수들만 있다"라고 말했다. 말해야 대표팀에만 손해를 끼치는 대답이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아로소 코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표팀의 전술 변천사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면서 "포백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하면 왼쪽 풀백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레프트백으로 있는 선수들에 대한 존중 결여다.

설령 레프트백이 정말 문제여서 스리백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걸 직접 말하는 건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상대하는 국가들에만 도움을 주는 꼴이다. 심지어 고민 끝에 스리백으로 변경한 뒤에도 사이드백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외려 심화됐다. 대표팀 레프트백에 대한 비판은 결국 아로소 코치 스스로 전술적 능력이 부족함을 시인하는 것에 다름없다.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는 그 면면을 살펴봤을 때 경솔했다. 아로소 코치는 6개월 전에도 현지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해설도 종종 참여하는 등 비교적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스스로를 조명하고 부각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역할과 전술적 능력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설명한 측면이 있다. 아로소 코치의 해석과 별개로 드러난 인터뷰는 그가 신중하지 못한 인터뷰를 했음을 드러낸다.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실 이번 인터뷰 논란은 축구협회 선에서 방지할 수 있었다. 축구협회는 아로소 코치가 인터뷰하기 전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축구협회는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를 제한하지 않았고, 그 방향성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포르투갈 매체와 인터뷰였기에 기사가 보도되기 전 검토하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터뷰가 공개된 뒤에는 즉각적인 대처를 했어야 했다.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를 인지했음에도 한국에서 논란이 된 뒤에야 반응이 나왔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월드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더욱 철저한 검수가 이뤄져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이미 비슷한 홍역을 앓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처가 더욱 아쉽다. 전임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은 경질 전후 인터뷰를 통해 숱한 논란을 양산했다.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도 마찬가지였다. 축구협회는 그들의 인터뷰를 적시에 제한하지 못해 논란의 불길이 실시간으로 커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축구협회는 아로소 코치와 계약에 품위유지 조항 등을 삽입했지만, 아로소 코치의 해명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로소 코치는 해당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더욱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아로소 코치도, 축구협회도 지금의 논란을 막을 타이밍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주앙 아로소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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