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근처 시럽병 품절” 약국도 덮친 중동발 불안…정부 “사재기 신고센터 운영”

“소아과 약국 살려주세요. 시럽병이 품절입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인근에서 ‘문전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혜진씨는 최근 SNS에 다급함이 담긴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김씨의 글은 온라인을 통해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시럽병은 전용량에 걸쳐 주문이 막힌 상태였다.
소아 환자들은 알약 복용이 어려워 시럽 형태의 약을 주로 먹기 때문에 시럽병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약국에서는 재량에 따라 통상 2개 정도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플라스틱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약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PP와 폴리에틸렌(PE) 소재 물약통 사용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환자가 많이 찾는 약국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씨는 고육지책으로 기존에 2개씩 제공하던 시럽병을 1개로 줄인다는 안내문을 지난달 30일 약국에 부착했다. 김씨는 “시럽병을 워낙 구하기 어려워 이번 주까지밖에 못 버틸 것 같다”고 걱정했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대 약국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소아청소년과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물약통 주문이 자꾸 취소되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온라인 쇼핑몰까지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약국의 약사 B씨는 “시간 날 때마다 업체에 전화를 돌리고 있다. 환절기라 소아 환자가 하루에 100명 이상 방문하는데 수요 예측이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 약국도 2개씩 제공하던 시럽병을 1개로 줄인 상태다.
정부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약사 C씨는 “정말 원자재가 부족한 것인지, 사재기가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중간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정부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중동發 수급 불안에…사재기 신고센터 가동
정부는 이날 오전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 분야 12개 의약 단체와 회의를 가졌다. 이 같은 의료용품 수급 차질이 병원을 넘어 약국 등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한 한의사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약 파우치와 일회용 부항 컵은 아예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고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료 제품은 아무리 작다고 해도 필수적인 성격이 있고 국민에게 큰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 의약품·의료제품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범부처 모니터링 대응 체계를 꾸리기로 했다. 대상 품목은 국민 건강과 연관이 큰 수액제 포장재, 수액 세트, 주사기, 멸균 포장재, 약 포장지, 약통 등이다.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집중 관리 물품을 추가 발굴·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집중 관리 품목의 선점과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도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보건의약단체 회의도 매주 정례화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약 단체와 정부는 “수급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통질서 교란 행위나 불안 심리로 인한 사재기·매점매석 등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력 선언도 발표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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