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타 직전 주먹 거둔 청년, 이 맛에 '사냥개들' 보는 거지
[박재우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 2>는 단순히 전작의 흥행을 잇는 속편을 넘어 김주환 감독이 필모그래피 내내 파고 든 '청춘의 덕목'이 거대한 자본과 산업화된 폭력이라는 절벽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증명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역사에서 '청년(靑年)'이라는 단어의 등장은 혁명적이었다. 1896년 도쿄 유학생 잡지에서 처음 고개를 든 이 말은, 소년에서 혼인을 통해 대번 장년으로 넘어가 허세 속에 늙어가던 구습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신문명'의 열쇠였다. 1920년대 언론이 청년을 '사회의 동적 진보세력'으로 정의하며 노년의 정적 보수성과 대비시켰듯, 김주환의 주인공들 역시 언제나 세상이 정해놓은 질서 밖에서 자신들만의 '목적의식'을 향해 역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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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2> 스틸컷 |
| ⓒ 넷플릭스 |
이러한 철학은 <사냥개들> 시리즈에 이르러 '복서의 심장'이라는 구체적인 메타포로 완성된다. 주인공 건우(우도환 분)와 우진(이상이 분)에게 복싱은 단순히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이며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다시 일어나는 근성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챔피언이 되는 것'이라는 지위가 아니라 '스포츠맨십을 지키는 복서'로서의 정체성이다. 이는 먹고살기 위해 전공과 상관없는 취업 준비에 매몰되는 기성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김주환식의 묵직한 카운터펀치다.
산업화된 폭력과 스포츠맨십의 윤리적 투쟁
<사냥개들 2>에서 감독이 묘사하는 외부 세계는 전작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조직화되어 있다. 이번 시즌의 메인 빌런인 임백정(정지훈 분)이 운영하는 'IKFC'는 폭력이 어떻게 디지털 기술 및 자본과 결합하여 '산업화'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크웹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후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패배한 선수를 장기 적출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IKFC의 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자본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주목할 것은 빌런 임백정의 입체성이다. 그는 단순히 '악한 효율성'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엘리트 복서였으나 편파 판정으로 꿈을 잃었던 그의 과거는, 규칙을 지키는 건우의 순수함을 파괴하려는 광기의 근거가 된다. 스스로 패배와 굴욕을 경험한 자의 뒤틀린 자존심은 규칙 없는 폭력을 '진짜 강함'으로 정의하게 만들었고 IKFC를 단순한 불법 조직이 아닌 하나의 뒤틀린 '철학'으로 포장하게 했다. 이러한 빌런의 내면 논리가 건우의 '링 위의 윤리'와 충돌할 때 드라마는 단순한 선악 대결을 넘어 '어떤 강함이 진짜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건우는 압도적인 무력을 소유했음에도 상대를 죽이는 대신 제압을 선택하며 링 위의 규칙을 삶의 현장으로 끌고 온다. 특히 월드 챔피언 결정전에서 결정타를 날리기 직전 멈추는 건우의 주먹은, 짐승을 잡기 위해 짐승이 되기를 거부하는 청춘의 윤리적 보루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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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2> 스틸컷 |
| ⓒ 넷플릭스 |
시즌 2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더 끈끈해진 우정'으로 봉합되지 않는다. IKFC의 위협이 깊어지면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혼자 짐을 지려는 건우와 그 짐을 나누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우진의 좌절과 분노가 교차한다. 이들의 연대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선택해야 하는 것'임이 드러나며, 관계의 무게감을 더한다.
날것의 타격과 서사의 밀도
기술적으로 정교해진 베어너클(Bare-knuckle, 맨주먹) 액션은 이번 시즌의 백미다. 글러브라는 완충장치가 제거된 날것의 타격음은 뼈와 살이 부딪히는 시각적 쾌감을 청각적으로 극대화하며 장르적 재미를 넘어 '맨몸'으로 세상에 맞서는 청춘의 처절한 진정성을 호소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서사의 층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8부작으로 호흡하며 주변 인물들까지 품어 안았던 시즌 1의 여유로운 보폭에 비하자면 이번 시즌 2의 7부작 속도전은 인물들의 내면을 깊게 살필 틈을 주지 않고 성급히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인상을 준다. 특히 IKFC 조직 내부의 서열 구도와 조력자 캐릭터들의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대목들은 구조적 한계로 남는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지켜낸 청춘의 가치
결국 <사냥개들 2>는 부조리한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맞서 청춘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목적의식'을 지켜내는지를 그린 찬가다. 김주환 감독은 건우와 우진의 주먹을 통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명심해야 할 진리는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배운 것을 어떻게 타인을 위해 쓸 것인가'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비록 포맷의 제약이 일부 서사를 헐겁게 만들었을지라도 건우의 멈춘 주먹이 전하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스포츠맨십의 윤리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악을 응징하는 쾌감을 넘어 이 무자비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직한 땀방울의 가치'를 증명한다.
당신은 이 거친 사각 링 위를 살아가며, 자신을 증명할 어떤 '수식어'를 지키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4ind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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